지난 달 24일 임명된 손숙 환경부 장관이 한 달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손 전 장관은 현 정권의 유일한 여성 각료이면서 정치인도 학자도 아닌 연극 배우 출신이기에 입각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더욱이 입각 이전 약속된 것이라며 연극 <어머니>의 러시아 공연을 강행할 것임을 밝혀 비난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결국 러시아 공연에서 받은 격려금이 빌미가 돼 경질됐다. 무대위에서 공개적으로 받았다고는 하나 공직자 신분으로 돈을 받았다는 '팩트(fact)'를 언론이 눈감아줄 리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생각이지만 경질까지 몰고간 것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
공연을 주최한 정동극장의 홍사종 극장장은 손 장관의 사임 소식을 듣고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에 "손 전 장관은 일파만파의 여파보다 열악한 연극계에 도움을 주겠다는 단순한 생각만 했다. 세상 인심은 관료사회에 막 적응해가려는 과도기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어 "저녁 공연을 마치고 극장을 나서던 손 전 장관은 과로로 탈진, 극장계단에 넘어져 어깨뼈에 금이 가고 머리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 그러나 다음날 장관으로서 출근하기 위해 공항 상주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 강행 이유는 '그렇지 않아도 여자장관이라고 얕보고 트집거리를 찾는데였다"고 숨겨진 이야기 하나를 소개했다.
언론이 손 전 장관이 여성이었기 문제를 삼을 만큼 치졸하지는 않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공개된 자리에서 받은 격려금은 그야말로 '실수엿다고 한번쯤 관용을 베풀 수도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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