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가 막내입니다"…신입기자 안 뽑는 지역 언론

지역언론, 인력투자가 살 길이다

고질적 인력난에 빠진 뉴스룸
패기 넘치는 신입 충원 목소리
기존 인력 유지하며 채용 외면

지역일간지 평균 기자수 39명
부장 포함 2~3명 있는 부서도
현장취재보다 지면 메우기 급급

지원자 없고 입사해도 금방 이직
박봉에 열악한 근로여건 등 원인
신입기자 채용 등 인력투자 절실


# “농촌에서는 환갑 맞은 노인이 ‘형들’ 막걸리 심부름하잖아요. 그런 느낌입니다.” 경력 10년이 넘어가는 지역 방송국 한 기자는 뉴스룸에서 막내다. 적은 나이가 아닌데도 타사 젊은 기자들과 함께 사건기자로 뛰고 있다. 그는 “초년병 시절 ‘젊다는 게 무기’라는 선배 말이 뭔 뜻인지 정확히 몰랐는데 나이 드니까 알겠더라”며 “사건기자는 부지런해야 하는데 30대 초반 되는 애들만 해도 워낙 체력이 좋아 못 따라가겠다. 취재의 깊이로 승부하고 있지만 속보성 면에서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의 위로는 10년 터울의 선배가 있다. 선배는 40대 중반에야 막내를 면했다. 그는 “선배들 대부분이 50대”라면서 “지역 언론사에서는 늦은 나이에 막내를 면한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언론사에서 신입 기자는 귀한 존재다. 기자협회보가 지난해와 올해 채용을 진행한 지역 언론사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1~2명을 채용하는 데 그쳤고 5명 이상을 채용한 곳은 손에 꼽힐 정도였다.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연합뉴스)

지역 언론사에서 신입 기자는 귀한 존재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정기적으로 신입을 충원하기보다 편집국에 결원이 발생해야 채용 절차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재단의 ‘2015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지역 종합일간지의 기자직은 2013년에 비해 언론사 1곳당 평균 2명 줄어들었다. 편집국에서 기자직 비율도 72.9%에서 68.3%로 4.6%포인트 감소했다. 부산 지역 일간지 A기자는 “기존 인력 구조 자체가 워낙 역피라미드로 노후하다”며 “그래서인지 나가는 인원만큼 채용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언론사 경영진 입장에서는 결원이 발생하더라도 인력 충원을 즉각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찌됐든 뉴스룸은 굴러가기 때문이다. 때문에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인원을 더 늘리길 원하는 편집국과 경영상의 이유로 현상 유지를 바라는 경영진 사이에서의 갈등은 지역 언론사에 흔히 있는 일이다. 충북 지역 방송사 B기자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사실상 버티는 수준인데도 회사는 최소한의 TO(인원)만 맞추려고 해 편집국과 간극이 있다”고 말했다. 대전 지역 방송사 C기자도 “이직이든 퇴직이든 인원은 줄어드는데 회사는 그 인원으로도 여전히 업무가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채용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소규모 인원을 뽑는 데 그치는 경우도 많았다. 기자협회보가 지역 언론사 23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조사한 결과 이들 언론사가 지난해와 올해 뽑은 신입 기자는 한 언론사당 평균 2.7명이었다. 대부분 1~2명을 채용했고 강원일보(7명), 제주신보(6명), 경기신문(5명) 등 5명 이상의 인원을 선발한 지역 언론사는 손에 꼽힐 정도였다. 경남 지역 일간지 D기자는 “필요한 만큼 무작정 인원을 늘리기가 어렵다. 신문사는 특히 인건비가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1~2명 더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요즘 지역 신문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 예전과 비교해 인력 운용을 타이트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지역 언론사 기자들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뉴스룸 전체로 봤을 때도, 부서 차원에서 봤을 때도 턱없이 적은 수의 인력이 신문, 방송을 만들고 있다. ‘2015 한국언론연감’에 따르면 2014년 전국 종합일간지의 평균 기자직 수는 218명이었지만 지역 종합일간지의 기자직 수는 39명으로 1/5 수준이었다. 부서별로 보더라도 많게는 4~5명에서 적게는 1~2명의 기자가 다수의 출입처를 전담하고 있었다. 제주 지역 방송사 E기자는 “1명이 많게는 10개 안팎의 출입처를 맡는다”면서 “출입처를 돌다 보면 하루가 끝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제주 지역 종합일간지 F기자도 “정치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부서가 1~2명 수준이다. 때문에 데스크도 취재기자와 똑같이 취재하고 기사를 쓴다”며 “모든 부서가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어 업무 부담이 심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수준의 기사는 담보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전 지역 일간지 G기자는 “한 사람당 평균 5개의 출입처를 맡다 보니 관리가 잘 안 된다. 사람들 만나 얘기도 나누고 아이템도 얻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어 취재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가장 안타까운 것은 괜찮은 기획을 고안해내도 도저히 취재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하루하루 보도자료 쓰기도 벅차고 지면 대부분은 연합뉴스 등 통신사 기사로 메워지니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F기자도 “이제 지면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기사도 시시각각 소화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너무 부담스럽다”면서 “출입처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는 말할 것도 없고 주말에도 온라인 기사를 올려야 한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체질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인력 수급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조직이 정체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G기자는 “선배는 후배를 가르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런데 신입 기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그런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피를 수혈해 조직의 활기를 북돋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신입 기자 충원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신입 기자를 뽑은 언론사들은 이들이 조직 내부의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진 광주매일 기자는 “지난해 신입과 인턴을 포함해 총 3명을 뽑았는데, 젊은 기자들이 들어오면서 분위기 쇄신이 되고 기존에 있던 기자들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고 있다”면서 “이들이 새로운 시각에서 지역을 바라본다는 점에서도 조직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권원근 강원일보 기자도 “지난해 7명의 신입 기자를 뽑았는데 일에 대한 부담이 덜어지는 것은 둘째 치고 조직에 활력이 생겼다”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신입 기자를 뽑으려고 해도 인재가 없어 제대로 된 인력을 충원하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양질의 인력은 임금 수준과 근로 여건이 열악한 지역 언론사보다 서울에 있는 언론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지역 내에서도 신문사보다는 방송사를 선호하는 기류가 뚜렷하다. D기자는 “공채를 진행해도 경쟁률이 그렇게 높지 않다”면서 “지역 신문사는 방송사보다 더욱 심하다. 지역 대학을 보면 신문을 전공한 교수도 없고 때문에 신문사에 지원하는 학생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제주 지역 일간지 H기자도 “근로 여건이 열악한 탓에 신문사에 입사 원서를 잘 안 넣는다”면서 “언론 하면 신문 기자보다 방송 기자나 아나운서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애써 뽑은 신입 기자가 나가는 경우도 흔하다. 신입 기자가 바라는 근로 여건과 취재 현실이 사사건건 충돌하기 때문이다. 경기 지역 일간지 I기자는 “최근에 매년 수습기자 공고를 내고 있는데 그 이유가 못 버티고 많이들 나가기 때문”이라며 “전체 생존율이 10~20%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H기자도 “1년 안에 그만두고 나가는 신입 기자가 5년 전과 비교해 확연히 차이가 난다”면서 “요즘 젊은 기자들은 주말에 일하라고 하면 99.9% 불만을 가진다. 또 한편으로는 힘들게 일하는데 박봉이라는 점에서 별 매력을 못 느끼고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사는 그래서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기도 한다. 별도로 교육할 필요 없이 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하고, 회사에 적응하는 데도 큰 거부감이 없기 때문이다. 전북 지역 통신사 J기자는 “마음에 드는 신입을 찾기도 어렵고 힘들게 뽑아도 나가는 경우가 많아 최근에는 경력 기자를 뽑는다”면서 “경험이 있으니 가르치는 시간도 덜 소요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한정 경력만 선호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인력 구조를 맞춰가려면 신입 기자들도 적절하게 채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 지역 일간지 K기자는 “이미 경력직이 많은데 무한정 경력만 뽑을 수는 없지 않나. 회사 경영상 장기적으로 볼 때 신입 채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기자들은 전반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지역 언론사가 충분한 고급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고 다각적인 관점에서 지역 언론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만큼 인력에 과감히 투자하고 양질의 신입 기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유인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G기자는 “국면 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임금을 인상시키거나 근무 여건이 상승하는 등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메리트가 있어야 좋은 신입 기자들이 들어오고 그래야 신문의 질도 올라갈 것”이라면서 “지역 언론사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력에 투자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침체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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