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제작도 버거운데 온라인 대응하라고요?

지역언론, 뉴미디어 실험에
속보 쓰고 휴일에 기사 출고
"사람 나가는데 왜 뽑지 않나"

# ‘평일엔 신문기자, 주말엔 통신기자가 되라.’ 한 달 전 윗선에서 이 같은 지침이 내려오면서 전북 지역 종합일간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A기자는 이제 하루도 제대로 쉴 수 없다. 주말에도 기사거리를 찾아내 온라인으로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A기자는 “유료부수 외에 온라인 클릭수도 중요한 평가항목이 되면서 클릭수가 현저히 떨어지는 토요일에도 기사를 올리게 됐다”며 “솔직히 통신사도 주말에는 일을 잘 안하고 따로 당직도, 수당도 있지 않나. 반면 우리는 인력 충원도 없고 일은 늘어만 가니 죽을 맛”이라고 했다.


# 충남 지역 종합일간지에서 근무하는 B기자도 최근 회사가 뉴미디어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 주중에는 하루에 10건, 주말에는 하루에 5건씩 온라인 기사를 올리라는 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B기자는 “기자들이 실시간으로 기사를 올리면 클릭수가 얼마나 되는지 집계해 매일 편집국장과 대표에게 보고가 올라간다”며 “올해부터는 직원들을 상위 5%, 하위 5%로 나눠 상벌을 확실히 하겠다고 했는데 인사고과에 실시간 기사의 양과 질을 대폭 반영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지역 언론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24시간 온라인 대응 체제는 지역기자들의 업무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지역기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지역 언론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4시간 온라인 대응 체제를 갖추기 위해 신문기자에게 통신사 수준의 기사 출고를 요구하면서 지역기자들은 하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업무 과다 상태에 놓여 있다. 경기 지역 종합일간지에서 근무하는 C기자는 “예전과 달리 요즘은 통신사 수준으로 기사를 올려야 해 퇴근할 때나 주말에도 항상 노트북을 갖고 다닌다”며 “예를 들어 부천 초등학생 시신 훼손사건이 금요일에 터졌을 때는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기사를 4개 정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부 같은 경우 밤에도 큰 사건이 터지면 자다가도 일어나 기사를 쓴다”며 “속보를 챙기는 인원이 따로 있으면 좀 더 심도 있는 기사를 쓸 수 있을 텐데 고질적인 인력 부족으로 그럴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지역 언론이 24시간 대응뿐만 아니라 플랫폼 다각화 등을 고민하면서 기자들의 업무 부담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기보다 기존 편집국 인력을 뉴미디어팀 등으로 빼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사들은 편집국 기자들에게 뉴미디어 업무를 맡기기도 한다. 경북 지역 방송사에서 근무하는 D기자는 “기존 업무 외에 SNS 담당까지 하게 돼 업무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혼자서 두 가지를 다 잘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부러 조절하며 일하고 있다. 하지만 혼자 하기에 부담스러워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할 만한 인력이 더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곁가지 업무는 늘어난 상황인데도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은 강조돼 혼란을 겪는 기자도 있다. 플랫폼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면서 동시에 콘텐츠 질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 방송사에서 근무하는 E기자는 “플랫폼이 뭐든지 간에 한 방이 있는 기사, 특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요즘 시대에는 플랫폼이 중요하다는 교육을 동시에 받으니 가치관의 혼란이 생긴다”며 “플랫폼의 가치가 점점 더 커지는 것은 명확한데 나는 그 중간에서 헤매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부분의 지역 기자들은 회사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게 새로운 전략을 짜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데 동의했다. 다만 그에 맞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방향 수립, 전문적인 인력 충원 등을 요구했다. 한국언론재단이 지난달 3일 발표한 ‘2015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종합일간지는 전체의 67.1%였고, 모바일 웹 서비스 제공은 65.9%에 달했다. 반면 지역 언론의 1업체당 종사자 수는 부산과 대구 지역을 제외하고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지역 종합일간지에서 근무하는 F기자는 “사람은 나가는데 뽑지를 않는다. 출입처별로 한 명씩 배분할 때도 모자랐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 출입처까지 커버해야 한다”면서 “뉴미디어 대응을 하기 시작하면 이중 삼중으로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뉴미디어 전략도 제대로 짜지 않고 흉내만 내면 결국 죽어나는 것은 기자”라면서 “회사도 물론 답답하겠지만 승부수를 걸 방법을 제대로 찾고 또 그만큼의 투자도 해야 한다. 지금의 주먹구구식 방법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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