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21일자부터 연합뉴스에서 서비스 받은 사진의 크래디트는 물론 기자 이름까지 게재하는 '결단'을 내렸다. 한국일보는 이밖에 청와대 풀 사진은 '청와대 사진기자단', 방송사 화면은 'OOO촬영' 등 주요 사진기사의 출처를 모두 밝혀 사진보도 윤리와 관련 진일보한 조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결정은 지난 16일자 1면에 실린 '해군고속정 피격 화재' 사진의 조작문제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이 사진은 고속정에서 나오는 연기를 임의적으로 더 크게 강조해 물의를 빚었다.
보도 이후 사진부 차원에서 먼저 '잘못을 인정할 건 인정하고 차제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크래디트 명시 조치로 이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1·3면, 사회면에 게재하는 사진, 뉴스가치가 있는 사진은 반드시 출처를 밝힌다는 원칙을 세웠다. 아울러 타사 특종사진을 받을 경우에도 'OO일보 제공'이라고 명시하기로 했다.
고명진 사진부장은 "그동안 1단기사도 기자이름을 밝히면서 정작 사진은 출처 없이 게재한 경우가 만연한 것이 사실"이라며 "크래디트를 명시한다는 것은 단순히 사진을 받는다는 차원이 아닌, 사진의 가치나 의미, 책임을 아울러 평가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부장은 또 "무엇보다 사진부 의견을 국장단에서 흔쾌히 수용한 것이 큰 힘이 됐다"며 "기자로서 다소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감수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사진부는 이밖에 조작, 트리밍 등 사진 오·남용 사례를 교육하고 관련 부서가 아닌 사진부에서 직접 캡션을 작성하는 등 순차적으로 사진보도 개선작업을 실행할 계획이다.
한편 연합뉴스는 한국일보의 크래디트 명시 결정을 긍정적인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옥식 편집국장은 "해외언론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국내언론 풍토에 비춰보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신문과 통신의 호환적인 관계를 고려할 때 기사와 사진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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