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정치권력이 고액의 명예훼손 소송으로 언론자유를 위협한다고 한들 언론이 시민에게 함께 싸우자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23일 열린 '명예훼손과 공익보도'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의 목소리는 언론의 보도관행부터 고치라는 데 모아졌다.
배금자 변호사는 "공직자, 공당이 명예훼손 소송을 걸며 언론의 비판기능을 위축시키는 현재의 상황은 미국에서 언론의 자유, 독립을 위해 싸우던 60년대 상황에 비견되지만 둘 사이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우리 언론과 미국 언론의 수준을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의 사주는 회사가 망할 위험도 감수하면서 비판보도를 냈지만 우리나라 언론사주가 언제 스스로 언론자유를 지키려 위험을 무릅쓴 적 있는가" 하고 반문하며, 권언 유착이 깨지자 시민들에게 편들어 달라고 손 내미는 언론의 태도를 비판했다. 우리 시민들은 미국의 시민들처럼 언론을 충분히 사랑하고 감싸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배 변호사는 "언론이 스스로의 언론윤리부터 지키면 상황은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언론학)는 신속성을 정확성보다 우선하는 관행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와 반대로 특종은 놓치더라도 정확성은 놓치지 않는다는 BBC의 두 정보원 규칙(two source rule)을 소개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기사에 대해선 보도하기 전에 4대 통신사 두 군데 혹은 통신사 한 군데와 자유기고가가 보낸 기사 등 두 정보원에 대조, 확인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신속을 목표로 해선 권위지가 될 수 없고 다만 권위주의지가 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자들의 부주의하고 오만한 취재관행, 데스크들의 예단과 독단이 인권침해와 명예훼손을 부른다고 지적했다.
이춘발 언개연 언론피해법률지원본부 부본부장은 언론, 기자윤리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이 부본부장은 "64년 도쿄올림픽 때 택시업계의 무질서한 관행 때문에 올림픽을 못 치를 정도라는 비판이 일자 택시업계 스스로 '택시근대화센터'를 설치해 문제를 시정했다"며 우리 언론계의 자발적인 윤리 강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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