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 속에는 세상살이에 지친 어느 한 중년이 지키고 싶은 소중함도, 세상의 무서움을 맛보기 시작하는 젊은이의 기대도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한 평은 우리 이웃의 소중한 삶의 공간이요, 희망의 공간이다.
우리 삶 속에 있는 한 평의 의미를 찾고 그 삶을 응원하고자 부산일보 신년기획 ‘한 평에서 찾는 희망’이 시작됐다.
처음 만난 ‘한 평에서 찾은 희망’의 주인공은 부산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였다. 수많은 대상자를 제치고 외국인 노동자가 첫 번째 주자로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 곁에 있는 ‘을 중에 을’이었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항상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삶이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첫 번째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이야기하고 싶었고 또 응원하고 싶었다.
그렇게 방글라데시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모민 호세인(34)씨가 첫 주인공이 됐다. 그는 올해 방글라데시에 집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들의 사진을 보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그가 일하는 공간은 한 평. 좁다 할 수 있겠지만 그가 꿈꾸고 있는 공간은 결코 좁지 않았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인데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로 다리도 불편한 구두닦이 송승민(62)씨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이웃을 도울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난로 하나가 전부인 그의 구둣방 한 평은 어느 곳보다 따뜻했다.
웹툰 작가 장현진(26·여)씨는 한 평의 공간에서 독자를 위로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혈투 중이었다. 부경대 화학과 대학원을 다니는 이설혁(25)씨는 자그마한 고시원에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 중이다. 꿈이 있기에 그들의 한 평은 초라하지 않았다.
한 평은 작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번듯한 건물도 없었고, 잘 다려진 옷도 아니었다. 그래서 한 평에서 희망을 찾는 이들이 초라해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이 한 평에서 시작하기에 오히려 응원 받을 가치가 있다. 스스로 초라하게 여길 필요도 없다. 한 평에서 희망을 찾는 주인공들은 그 모습 그대로 박수 받아야 한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누구보다 한 평의 공간에서 열심히 땀 흘리는 자신에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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