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저널리즘, 시황 기사에서 끝날까

파이낸셜뉴스 등 로봇저널리즘 실험 본격화
아경 도입·이투데이 개발중·매경 3월 기사화 툴 공개
"증권·기업실적 분야에선 알고리즘이 기자 대체할 것"

국내 언론에 ‘로봇기자’가 첫선을 보였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달 21일 로봇이 쓴 증권 시황 기사를 송고했다. 기사 말미엔 ‘IamFNBOT’이라는 바이라인을 달고 로봇 기사임을 명시했다. 각종 증시 수치에 이준환·서봉원 서울대 교수팀이 개발한 기사 작성 알고리즘을 적용한 것이다.


파이낸셜은 ‘로봇기사’를 주식시장 마감 후 매일 한 건씩 내보낸다. 코스피, 미국증시, 아시아증시 지수 증감률 등이 포함된 기사는 1000자가 넘는 장문이다.


▲파이낸셜뉴스를 시작으로 국내 언론사가 알고리즘으로 작성한 기사, 이른바 ‘로봇저널리즘’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온라인편집 부국장은 “반신반의하던 기자들도 로봇기자가 작성한 기사에 만족하고 있다”며 “오보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사람이 입력값을 잘못 넣지 않는 이상 로봇이 연산 오류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로봇 기사를 사후 데스킹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재 기사 송고는 하루 한 건에 불과하지만 10분 또는 1분 단위로 시황정보를 쏟아낼 계획도 있다. 로봇이 기사 한 건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0.3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엄 부국장은 “로봇은 방대한 데이터를 스트레이트로 기사화할 수 있지만 어떤 일이 왜 일어났는지 자세히 분석하지 못한다. 결국 깊이 있는 기사는 사람의 몫”이라며 “로봇의 등장으로 단순 업무에 허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기자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시각보다 상생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외에 다른 경제지도 ‘로봇기자’ 도입에 적극적이다. 증권이나 기업분석 등 복잡한 수치를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경제지에서 로봇 활용도가 더 높아서다.


아시아경제도 지난달 25일부터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증권 시황 기사를 내고 있다. 아직은 단문 기사지만 사내에 개발인력을 확보하고 연구 중인만큼 다양한 영역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백재현 아시아경제 뉴미디어본부장은 “기자들이 단순 팩트를 기사화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 이를 로봇에게 맡기기 위해 개발을 시작했다”며 “집중적인 연구조직이 아니어서 아직 초보 수준이고 발전 속도도 느릴 수 있지만 방향성은 확고하다”고 전했다.


이투데이는 날씨 중심의 기사 작성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늦어도 상반기 안에 도입하는 것이 목표인데, 먼저 날씨 기사에 적용한 후 증권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매일경제는 오는 3월24일 창간 50주년 기념식에서 공시를 기사화하는 로봇 저널리즘 툴을 공식 발표한다. 지난해 공모한 사내벤처팀의 개발 성과물이다. 매경 내부에선 이를 단순한 실험이나 모험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고 있다.


손재권 매일경제 기자는 “기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로봇 저널리즘 도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지 않으면 단순한 흉내 내기에 불과하다”며 “사내 벤처이기 때문에 투자 여부가 결정돼야겠지만 이 툴을 다른 언론사도 활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봇 저널리즘 국내 도입에 대해 김익현 지디넷미디어연구소 소장은 “미래 기술투자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로봇’이라는 단어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 ‘알고리즘 저널리즘’으로 불리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김 소장은 “예전엔 기자가 정보를 독점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다. 로봇기자가 등장하지 않았더라도 단순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는 경쟁력 없는 일거리”라며 “데이터가 충실한 증권·기업실적 분야에선 정교하게 개발된 알고리즘이 기자를 대체할 수 있다. 기자들은 분석 기사에 주력하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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