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2함대에서 씨스타, 가평 육군부대에서 헬로비너스, 철원 AOA가 대첩의 주인공이다. 군 장병과 예비역들에게는 임진왜란 3대 대첩보다 익숙하단다. 정 기자는 군 이야기 ‘밀리터리 인사이드’를 지난 8개월간 온라인에 연재했다.
그는 온라인뉴스부에서 매주 연재할 기획기사 주제로 ‘군대’를 택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였지만 고도의 계산도 숨어 있었다.
“젊은 남성들은 기사와 친하지 않더라고요. 읽을만한 게 별로 없을 테니까요. 독자 대상을 20대 남성으로 세밀하게 잡았습니다. 이 나이에 관심 가질만한 건 군대라고 생각했어요. 이건 되겠다, 감이 왔죠.”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 3월 첫선을 보인 ‘밀리터리 인사이드’는 군필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큰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에서만 연재되다 지면에도 실렸다. ‘군대리아(군대+롯데리아, 군 ‘빵식’을 의미)’ 기사는 네이버 포스트에서만 53만명이 읽었다.
그가 시리즈에 담은 내용은 예비군 훈련장의 변화, 군통령 3대 대첩, 6·25 때 쓰던 수통 지금도 쓰나, 숨은 전쟁 영웅들, 쥐꼬리 동원훈련 보상금…. 딱딱하고 어려운 군사 기사와는 달랐다. 독자들이 남긴 댓글을 꼼꼼히 보면서 관심사가 무엇인지 살폈다. ‘왜 수통은 몇 십 년째 바뀌지 않느냐’, ‘한국 군인 월급은 왜 적은가’ 등의 댓글을 취재해 기사에 반영한 적도 많았다.
“국방전문기자들은 많지만 주로 전문적인 무기나 정책을 다루죠. 하지만 독자가 원하는 기사는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라고 확신했어요. 병사 월급이나 예비군 훈련비, 군대리아, 수통, 군통령 대첩 같은 주제죠. 더 나아가 군사무기 실패작, 숨겨진 전쟁영웅, 제비뽑기로 결정하는 태국의 입대까지 독자가 흥미있는 이야기로 접근했어요.”
깊이 있는 분석이 돋보이는 주제도 많았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논란, 장병 복지 문제, 군 노후 장비 실태, 총기 개발사업의 허와 실 등.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신문기사체를 버리고 높임말을 썼다. 온라인의 장점을 활용해 사진도 네댓 장 이상씩 넣었다.
가장 기억남은 건 ‘군 가산점’을 다룬 기사다. 그는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군 복무자를 예우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자”고 강조했다. 댓글에선 또다시 논쟁이 붙었다. 13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그중에서도 이런 내용을 담아줘서 감사하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정도로 좋은 기사라는 반응에 힘을 얻었다.
그는 2년여의 온라인뉴스부 생활을 마치고 지난주 취재부서로 복귀했다. 13년 차 기자에게 뜻깊은 경험이었다.
“예전엔 독자의 반응은 추상적이었어요. 누가 읽는지, 기사에 만족하는지 알 수 없었으니까요. 이젠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것 같아요. 독자들에게 더 다가가려고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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