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부담에도 과감한 도전 계속
‘new way, new think!’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간부나 기자들을 만나면 자주 하는 얘기다. 새로운 발상법을 강조하는 것이다. 편집위원회 구성, 사외이사제 도입, 가판 폐지, 어젠다위원회 구성 등 지난해 중앙일보에 진행돼 온 일련의 개혁 작업들도 그의 이런 ‘새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앙일보의 한 편집국 간부는 그래서 홍 회장을 “상상력이 풍부하고 전략구상이 다양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는 또 홍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시행착오의 부담을 무릅쓰고 남들이 하지 않는 일에 과감히 도전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국내 언론기업에서 사주가 갖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홍 회장의 개혁 행보는 중앙일보의 내부 분위기를 주도하기에 충분하다. 중앙일보 한 기자는 지난해 가을 홍 회장이 주관한 기수별 간담회를 떠올리며 “당시 홍 회장이 ‘가판 폐지’ 구상에 발맞추지 못하는 한 고위간부의 실명을 기자들 앞에서 거론하며 질책하는 것을 보고 개혁의지를 실감했다”고 전했다. 한 편집국 간부는 그래서 “사주가 그 신문의 색깔이나 방향을 사실상 결정한다고 볼 때, 홍 회장 같은 사주가 있다는 것은 중앙일보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의 개혁 행보는 또 단발적인 돌출 행동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홍 회장의 개혁 구상은 ‘종합미디어그룹’으로 일컬어지는 매체전략의 연장선에서 대부분 실무차원의 치밀한 사전 검토작업이 밑받침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의 한 관계자는 “큰 방향에서 구상을 제시하고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은 홍 회장”이라면서 “하지만 그 과정에는 전략기획실 등 참모부서의 치밀한 점검 작업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개혁 행보와 관련해 공·사석에서 이뤄진 ‘튀는’ 발언들은 언론계에서 화제가 되곤 했다.
지난해 10월 편집국 기자 간담회에서 한 “조선일보를 보지 마라”, “특정 정치세력에 줄서지 마라” 등의 발언과 “올 한해는 사내 지역주의의 벽을 허무는 해로 삼고 싶다. 언론인들이 지연과 학연의 늪 속에서 탈피하지 못할 때 그 결과는 참담하다”는 지난해 1월의 신년사도 그렇다.
또 지난해 2월 편집위원회 구성, ABC가입 등의 방침을 밝힌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선 “회장인 나에게도 할 말이 있으면 당당히 하라. 뒤에서 수근거리고 혼자서 끙끙대며 할 말을 하지 못한채 겉도는 풍토라면 아무리 제도를 바꾸고 사람을 바꾼다고 해서 좋은 신문, 바른 언론이 태어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한 올해 신년사도 눈길을 끌었다. 홍 회장은 “언론사 세무조사의 교훈은 언론사주들이 불편부당의 언론인으로서, 투명경영의 경영자로서 거듭나고 언론과 권력간의 위상이 새롭게 정립되는 전기가 된 점”이라며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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