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자회사 ‘대군단’, 인터넷·스포츠지 등 영역 다각화
JMG에서 JMN으로.
중앙일보가 지난 2000년 말 자회사를 망라하는 전체 그룹의 영문 약칭을 이렇게 바꿨을 때 주목하는 언론계의 시선은 많지 않았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가 최근에 “그룹 약칭이 JMG에서 언제 바뀌었냐”고 되물을 정도다. 하지만 여기엔 단순한 명칭 변경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중앙일보의 종합미디어그룹 전략은 이미 알려진 대로 중앙일보가 추진하고 있는 ‘21세기 중장기 계획’의 핵심 내용. 중앙일보는 창간 30주년을 맞은 지난 95년 발행한 ‘30년사’에서 “기존 신문, 출판, 뉴미디어를 3대 축으로 하고 멀티미디어와 방송,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모든 정보서비스 미디어를 보유한 종합미디어그룹” 전략을 밝혀 언론계의 관심을 모았다.
때문에 최근까지도 중앙일보가 타 매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거나 새 매체 사업을 추진하면 언론계에선 종합미디어그룹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해 10월 중앙일보가 인터넷 매체인 머니투데이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은 물론, 최근 성사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른 스포츠투데이 지분인수 문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외부에선 이런 타 매체 제휴나 새 사업 진출 등의 외형에 주목하면서 중앙일보의 종합미디어그룹 전략을 다매체 보유전략 또는 몸집 불리기 정도로 받아들이는 해석도 있었다. IMF 직후 중앙일보가 출판국(현 중앙M&B)에 이어 지난 99년엔 다시 월간중앙(현 중앙J&P) 등을 분리하는 한편, 케이블TV인 Q채널 인수 등을 통해 자회사를 17개로 늘여 온 과정은 그런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었다. 또 2000년 중반까지만 해도 종합미디어그룹 전략은 매체 분리와 제휴 등을 통한 다매체 확보 단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매체중심서 독자중심 모델로
그러나 중앙일보의 종합미디어그룹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JMG에서 JMN으로의 명칭 변경은 이같은 종합미디어그룹이란 매체전략이 다매체 확보 단계에서 복합매체 구축 단계로 넘어서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앙일보 전략기획실의 한 관계자는 그룹 명칭을 중앙일보미디어그룹(JMG)에서 중앙일보미디어네트워크(JMN)로 바꾼 데 대해 “사업모델을 매체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바꿔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미디어그룹이란 이름이 얼마나 많은 매체를 ‘보유’하고 있느냐는 수평적, 양적 개념이라면미디어네트워크라는 명칭은 이같은 보유 매체들로 구성된 하나의 네트워크를 통해 어떻게 고객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얘기다. 즉, 미디어네트워크에선 각 매체의 독자적 기능보다 고객에 대한 효과적인 정보 전달이 우선시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하나의 정보라도 이를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아니면 통합형 등 어떤 방식으로 제공할 것인가는 고객에 대한 효율적 정보 전달이란 관점에서 선택된다. 실례로 중앙일보 편집국 부서였던 부동산팀을 주축으로 지난 2000년 7월 설립된 자회사인 조인스랜드는 자체 수익사업을 벌이는 것은 물론, 가공한 정보를 중앙일보 본지와 자체 포탈사이트 모두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한 간부는 그래서 JMN 체제를 “멀티플 미디어(복합매체, multiple media)로서의 종합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멀티플 미디어란 ‘원 소스 멀티 유징(one source multi-using)’ 즉, 단일 출처의 정보를 복합 활용하는 매체전략 개념이다.
그렇다고 JMN을 통한 중앙일보의 복합미디어 전략이 각 매체의 수평적 결합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핵심 업종 브랜드 역량 강화
중앙일보 전략기획실 관계자에 따르면 중앙일보의 종합미디어그룹 전략의 현 단계는 선진국 미디어그룹 가운데 뉴욕타임스 등과 같이 ‘핵심 업종 중심의 순차적 다각화 모델’과 ‘글로벌화 모델’을 병행 추진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화 모델의 경우 사실상 장기 과제인 점을 놓고 볼 때 현재 중앙일보가 비중을 두고 있는 미디어그룹 전략은 핵심업종 중심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중앙일보가 추진중인 이 핵심업종 중심의 순차적 다각화 모델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중앙일보가 그 세부 계획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한 고위 간부의 설명은 이를 미루어 짐작케 한다. 중앙일보의 이 간부는 “JMN의 목적 가운데 하나가 재원 조달 역할이다. 중앙일보를 세계 일류 신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기자가 필요한데, 좋은 기자를 두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 또 재정적으로 안정돼야 언론자유를 확보하고 정부도 비판할 수 있다. IMF 이후 17개를 분사해 상당한 효과를 봤다. 중앙M&B의 경우 분사한 뒤 수십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전략기획실 관계자 역시 “선진국 사례를 봐도 핵심업종의 브랜드 역량을 강화하고 제대로관리하느냐가 자회사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중앙일보가 퀄리티 페이퍼로서 독자들의 신뢰를 얻고 일정한 위상을 확보하는 게 우선 과제다. 핵심업종인 본지의 브랜드 역량이 강화됐을 때 자회사의 순차적 다각화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일류신문을 위한 시스템 정비’를 올해 주요 경영목표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홍석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본사와 자회사, 부서와 부서의 힘이 최대로 융화, 결집되어 일류 신문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게끔 제도를 정비하고 관행을 바꾸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추진하는 종합미디어그룹 전략의 현 단계인 핵심업종 중심의 순차적 다각화 모델이 앞으로 어떻게 구체화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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