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와 인간의 공존 의미 알리고 싶었습니다"

[시선집중 이 사람]'황새의 춤' 다큐 제작한 박미영 청주KBS 기자

▲박미영 청주KBS 기자

“왜 하필 황새냐고요? 황새는 깨끗한 데서만 살아요. 그곳에선 인간도 잘 살 수 있죠. 황새와 인간의 공존이 갖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황새는 우리나라에서 텃새로 여겨질 만큼 흔했다. 하지만 각종 난개발로 국내에선 자취를 감췄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인 황새의 복원 작업이 진행됐다.


올해는 한반도에서 황새를 복원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우리 힘으로 인공 사육한 황새를 다시 야생으로 날려 보내는 최초의 방사식이 열리기도 했다.


박미영 청주KBS 기자는 국내 황새 복원 20주년을 맞아 생태보도 특집 다큐 ‘황새의 춤’을 기획·취재했다. 황새를 되살리는 일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리기 위해서다.


특히 청주KBS는 국내 황새 복원 논의가 시작됐던 1990년대 초부터 모든 과정을 밀착 취재해 왔다. 황새 복원을 주도해 온 ‘황새생태연구원’이 청주 한국교원대에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1996년 러시아·독일에서 어린 황새를 들여오는 장면, 번식과 복원 과정의 시행착오 등을 영상에 모두 담을 수 있었죠. ‘황새의 춤’은 20여 년 동안 KBS청주가 주도한 한반도 황새 복원 취재의 결정체이자 기록 보도의 정수라고 자부해요. 제 역할은 그 역사와 선배들의 노고를 53분 특집 다큐로 제작해 보여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큐 제작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동안 쌓인 영상자료와 취재기록 정리, 해외 사례를 취재해 구성하는 등 실무 제작에만 꼬박 반년이 걸렸다.


박 기자는 독일과 프랑스, 일본의 황새마을을 취재하면서 극적인 장면을 수차례 목격했다. 날개를 펴면 2m 가까이 되는 커다란 황새와 현지 주민들이 가족이나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려 사는 모습 자체가 인상적이었단다.


“인형처럼 예쁜 유럽 황새, 고고하고 신비로운 동양 황새 수 십 마리가 마을 곳곳에 살고 있었어요. 논·밭에서 먹이를 구하고 사람 곁을 스스럼없이 누비고 또 마을 창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이 놀라웠어요. 황새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지역 전체가 하나 된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그들은 황새가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농작물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더라도 과감하게 농약 살포를 줄였어요. 또 난개발을 삼가고 습지를 지켜내는 주민들을 만나며 큰 자극을 받았죠.”


‘황새의 춤’은 지난 9월 방영된 후 아름다운 영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황새가 둥지 위에 서식하는 장면, 마을 굴뚝에 떼 지어 사는 모습, 자유롭게 비행하는 광경이 인상적이었다는 평이다. 황새 관련 조선왕조실록 기록, 한반도에서 마지막 황새가 살던 마을의 당시 흔적과 주민들의 증언, 마지막 텃새 황새의 비공개 표본 공개 등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했다.


“무엇보다 황새와 인간의 공존이 21세기 새로운 발전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제시했다는 것에 높은 평가를 받았어요. 황새를 보호해 온 마을에는 관광객이 몰렸고 황새 브랜드 친환경 농산품 매출도 늘었죠. 과거와 현재, 미래의 대안까지 보도해 심층기획 보도의 의의를 살리고자 했던 점도 빛을 발했습니다. 황새가 예전처럼 우리 땅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더욱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된 것 같아요. 기자로서 황새를 비롯한 다양한 종 복원, 생태계 회복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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