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곳의 신문사가 '제주일보'를 각각 발행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됐다. 그동안 (주)제주일보와 제호 사용 문제로 다툼을 벌였던 (주)제주일보방송은 지난 9일 호외를 발간하며 오는 16일부터 제주일보를 정식 발행한다고 밝혔다.

(주)제주일보방송 대표 김대형씨는 9일자 호외에서 “이제 제주일보는 법적인 소유권을 취득하고, 제주도지사로부터 ‘제주일보’라는 신문제호 등록을 마친 (주)제주일보방송에서 책임감을 갖고 발행한다”며 “그런데 당분간 하나의 제호로 2개의 신문이 발행되는 세계 언론사에서 처음 있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2월23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제주일보 상표권 매각 경매에서 김대형 대표가 9억원에 상표권을 낙찰 받으며 예견된 일이었다. 2012년 12월 금융기관 채무와 세금 체납 등 거액의 부도를 맞은 (주)제주일보사는 토지와 건물, 상표권 등이 경매로 넘어갔다. 그러나 제주일보를 중단 없이 발행하기 위해 (주)제주일보사의 임직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김대성 (주)제주일보사 회장과 신문 제호 등 지적재산권(상표권 포함) 및 인터넷뉴스 도메인 등에 대한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고, 제주일보는 계속 발간될 수 있었다.

2013년 9월27일 직원 대부분이 제주일보사에서 퇴사하고 오영수 원남기업 대표가 설립한 ㈜제주신문에 재취업, ㈜제주일보로 사명을 바꿔 제주일보의 명맥을 이어갔을 때에도 제주일보 직원들은 김대성 회장과 상표권이 매각될 때까지 제호 사용을 동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특허청에 2013년 12월9일자로 제주일보 상표 사용에 대한 전용사용권을 설정하고 2017년 11월14일까지 사용을 등록해 제주일보를 계속 발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주일보 상표권이 경매를 통해 김대성 회장의 동생 김대형 대표에게 넘어가면서 특허청은 지난 1월19일자로 (주)제주일보의 상표권 전용사용권 등록을 말소했다. 또 (주)제주일보방송은 지난 8월17일 복역 중인 김 전 회장과 채무를 제외한 모든 영업과 체육, 문화사업, 도메인 등의 일체를 무상으로 넘겨받는다는 양도양수 계약서를 체결하며 제주일보의 소유권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에 (주)제주일보는 8월27일 (주)제주일보방송이 소유한 상표권을 무효화해 달라는 상표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지난달 8일자 1·2면을 통해 (주)제주일보방송을 비판하고 나섰다. (주)제주일보는 “김대성 전 제주일보 회장이 막대한 규모의 부채와 세금 체납, 임금 체불 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2012년 부도를 냈는데, 김 전 회장의 친동생인 김대형 대표가 제주일보 상표권을 낙찰 받고 새로운 법인을 설립해 신문을 발행하려 한다”며 “창간 70년의 역사를 자신들의 소유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제주일보는 지난달 23일에는 신문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기도 했다.

그러나 (주)제주일보방송은 현재 (주)제주일보에 제호변경을 촉구하는 한편 발행을 정지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9월25일에는 (주)제주일보와 발행·인쇄인·편집인을 상대로 상표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까지 했다.

(주)제주일보방송은 9일자 3면에서도 “(주)제주일보가 이미 사용할 수 없는 제호를 여전히 사용하면서, 합법적으로 상표권을 취득한 (주)제주일보방송에게 같은 제호의 신문을 발행하는 것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우려 하고 있다”며 “법과 상식을 무시하는 것이 정상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주)제주일보방송 관계자는 “오는 16일부터 16면으로 정상 발행할 것”이라며 “기자들이 출입처에도 나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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