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사 기자에 전화로 '폭언'
도정 비판기사 협박성 항의···기자·시민단체 사과 요구
유종근 전북도지사가 도정비판 보도를 한 기자에게 전화로 폭언을 해 기자들과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유 지사는 23일 밤 11시 30분 경 전주 KBS 김명성 기자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이 자식아 너 전북놈 맞아. 네가 지사면 전주공항 어떻게 할꺼야. 누구 빽 믿고 그래. 두고보자"며 협박성 항의를 했다.
김 기자는 "시끄러운 상황에서 전화를 받아 정확한 어구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대충 비슷한 내용이었다"며 "보도이후 취재원들에게서 항의 전화를 받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유 지사의 경우 지사 신분임을 감안 할 때 방법상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기자는 23일 밤 9시 뉴스에서 유지사의 주요 공약 사항중 하나이면서 전북 도민들의 숙원 사업인 전주공항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전북지역의 23개 시민단체는 25일 공동명의의 성명을 통해 "유 지사의 행위는 언론의 기능을 무시한 감정적 대응일 뿐 아니라 도지사의 자질을 의심케 한 것"이라며 "언론자유를 도지사라는 권력의 힘으로 막고자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 행위"라고 비난했다.
전북기자협회(회장 김은태)와 전북도청 출입기자단도 각각 성명 발표했다. 전북기자협회는 "유 지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개인적인 감정을 표출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사안이 있었던 점을 생각해 볼 때 단순 일회성이 아니라 유지사의 잘못된 언론관에 그 바탕이 있다고 본다"며 "기사 내용에 잘못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개인적 감정을 표출시키는 것은 공인으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도청 출입기자단은 "유 지사는 그동안 도내 언론에 보도되는 도정관련 기사에 대해 수시로 불만을 표출해왔다. 자신의 치적만 보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언론관"이라며 도청출입기자단에 공식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유 지사는 25일 오전 전주 KBS를 방문해 김 기자와 방송국에 "취중에 개인적인 감정을 표출한 것이었다"고 사과했다.
유지사의 한 측근은 "충분히 유감을 표명했다고 생각한다"며 "기자단에 대한 공식사과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기자단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적한 언론관 문제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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