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이 가로막은 중국 이해

[중국전문기자 양성 단기 연수 참가기] 황석하 부산일보 기자

▲황석하 부산일보 기자

‘천고마비’가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른 날씨였다. 그것도 이 고사성어가 유래된 만리장성에서 말이다. 지난 1일 ‘쓰마타이 만리장성’을 첫 방문하면서 중국 현지연수도 막이 올랐다. 푸른 하늘 아래 케이블카를 타고 만리장성까지 가는 길은 즐거웠다. 길이 조금 가팔랐지만, 성벽에 올라섰을 때에 펼쳐진 만리장성의 장엄함은 그동안의 고생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나라는 흉노족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쌓았고, 비교적 최근인 명나라는 원나라가 다시 침입할까봐 성벽을 대대적으로 확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두 왕조는 외세의 침입이 아닌 내부 사회 모순으로 망했다. 중국 정부가 성장을 과감히 포기한 이유도 전 왕조의 멸망을 반면교사로 삼았기 때문이었을까.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고속 성장을 거듭했지만 빈부격차, 지역 불균형이 커지는 사회적 모순도 독버섯처럼 피어났다. 게다가 중국은 공산당 일당 독재이기에 중국 인민들의 불만이 쌓일수록 체제 전복의 위험성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중국 공산당이 이번 5중전회에서 GDP 성장 속도보다 국민소득 성장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으리라.


2일부터 베이징대학을 매일 등하교(?)하면서 강행군이 시작됐다. 버스 창밖으로 바라본 베이징 시내의 아침은 뽀얀 먼지와 교통체증으로 답답하기만 했다. 한번 이동하는 데만 한 시간 이상 걸리니 탑승 전 화장실에 다녀오는 건 필수였다. 재미있는 풍경도 눈에 띄었다. 사회주의 국가스러운 붉은 바탕의 선전 문구와 자본주의의 꽃인 광고가 공존하는 모습이 어색했는데, 자주 접하다보니 자연스러워지기도 했다.


베이징대에서 3일 동안 청강한 중국의 정치와 경제, 중-미-한반도 관계, 한류 등의 강연은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또 다른 시각을 안겨줬다. 그동안 한국인의 우월감과, 국내 언론에 소개된 중국의 엽기적인 사건, 사고들이 편견으로 작용해 중국을 제대로 볼 수 없도록 만든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한편으로 지역 패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 G1 국가인 미국을 사이에 두고 있는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특히 남북 관계를 개선해 이 두 거인 사이에서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김경일 교수의 목소리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지난 2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인터넷TV방송국(CNTV)을 방문한 연수단이 CNTV방송사, 중국기자협회 관계자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일주일 동안 베이징과 항저우, 상하이에서 머물면서 다양한 중국 친구들을 만난 것도 큰 수확이었다. 중국기자협회와 저장성기자협회가 우리 일행을 따듯하게 맞이해줘 참 고마웠다. 베이징대학에서의 마지막 날 만난 중국 청년들의 취업, 진로 고민도 한국 청년들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됐다. CNTV와 CRI, 절강성 TV 등의 언론사와 알리바바 등에서 만난 직원들은 개성이 넘쳤고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지막 날인 7일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망국의 기억을 되밟아본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선열들이 우리와 대화할 수 있다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빛바랜 사진 속의 그들은 끝내 입을 굳게 다물었지만.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중국에서의 연수는 좋은 공부가 됐다. 게다가 어설픈 중국어 실력을 향상시켜야겠다는 다짐도 덤으로 얻었다. 또 이번 연수로 중국을 많이 알게 됐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중국을 계속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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