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기자들이 최근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추진하는 비밀 TF를 운영했다는 보도가 1면에서 빠진 것을 계기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보도한 자사의 태도를 지적하고 나섰다.
29일 서울신문 한 기자는 내부 게시판에 “지난 26일 진보 성향의 경향·한겨레뿐 아니라 중도 성향의 국민·한국일보, 조선일보 등 조간신문 대부분은 1면에서 교육부의 국정 교과서 비밀 TF 운영 논란을 다뤘다. 관점을 떠나 언론 대부분이 중요 뉴스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서울신문 1면에서는 이 중요한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일 관련 부서(정치부·사회부) 소속 현장 기자들은 밤 9시30분쯤 야당으로부터 이 소식을 접했고 바로 야간 데스크에 “따로 써야 할 것 같다”고 보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사는 중요도에 비해 매우 작게, 꼼꼼히 보지 않으면 찾기 어려울 정도로 배치됐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신문이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비밀 TF 운영을 1면 머리기사로 다룬 것과 대조적으로 서울신문은 관련 사실을 여야가 역사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의 26일자 9면 기사(야, 박대통령 시정연설 참석..."보이콧 검토 안해")에서 짧게 다뤘다.
해당 기자는 “이날 밤 편집국 풍경은 서울신문이 국정교과서 문제를 그동안 어떻게 다뤄왔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며 “통신 보도 내용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내용을 다음 날 아침 신문에 녹화 중계했다. 사안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나 ‘관점’이 담긴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또 “언제까지 ‘관점 없음’과 ‘양시양비’를 중도라고 생각하며 불편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기계적 중립 또는 방관적 태도로 일관하고 그저 중계하듯 전달해야 하는가”라며 “우려되는 건 최근 들어 그러한 태도가 한층 심해진 듯 보인다는 점이다. 건전한 시민적 상식에 기대어 판단하고 관점을 가지고 말하자는 것이다. 그게 중도 언론의 역할이고 온라인 미디어 환경에서 더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방법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모여 어떻게 신문을 만들어야 올바른 중도 신문을 만들 수 있는 건지 핏대 세우며 토론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다”며 “서울신문의 지향점과 비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장이 서면 좋겠다”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이를 옹호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응답 글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서울신문 기자도 내부 게시판에 “(서울신문의 스탠스를 볼 때) 야당의 주장을 야근자들끼리 결정해서 크게 키우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아쉬운 건 역사교과서 국정화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우리는 머리조차 맞대지 않는다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는 중도가 아닌 기계적 중립이란 이상한 틀에 갇혀 위에서는 현장 기자들이 발제를 하지 않는다, 현장 기자들은 위에서 스탠스를 정해주지 않는다, 편집에선 기사가 멘트뿐이다, 취재에선 제목이 별로다 서로 네 탓만 해왔다”고 적었다.
이날 서울신문 노조는 노보 특보를 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두고 제대로 된 이슈 설정은커녕 ‘정부가 공격받을 만한 민감한 사안은 아예 기사를 안 쓰는 게 낫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편집국장의 태도를 보며 편집국 정서가 극도로 나빠졌다는 게 조합원들의 공통 의견이다”고 주장했다.
또 노보에서 “최근까지 중도 노선을 유지하던 서울신문은 올해 김영만 사장이 온 뒤로 ‘도로 관보(官報)’가 됐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만큼 정권 편향성이 강해졌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며 “잘하건 못 하건 무조건 대통령을 감싸려는 듯한 최근 신문 논조를 보며 ‘과연 독자들이 돈 주고 서울신문을 보겠느냐’는 한탄까지 나온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오승호 서울신문 편집국장은 "불거진 문제에 대해 후배들·노조와 추후 논의를 거쳐 풀어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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