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해석 말고 전달만 하라…‘3공화국식’ 언론관 소유
김중권 기자 만날때 사전준비 철저…초면 기자 이름 ‘줄줄’
유종근 IMF 스타지사 ‘고관집 절도 사건’으로 인기 급락
‘대선주자와 언론’ 시리즈 마지막회로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김중권 민주당 고문, 유종근 전북도지사의 언론관계를 살펴봤다.
■ 김종필 자민련 총재
‘영원한 2인자’, ‘유신본당’, ‘부정축재자’, ‘여백의 정치인’, ‘조어(造語)의 달인’….
그의 40년 정치 역정이 파란만장했던 만큼 그를 일컫는 언론의 수사 역시 다양하다. ‘3김 청산’이란 구호가 역설적으로 말해주듯, 김 총재는 여전히 정치력을 행사하고 있는 언론의 빼놓을 수 없는 관심대상이다.
김 총재는 민감한 정치 사안과 관련한 독특한 은유적 표현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8월 임동원 당시 통일부 장관의 경질 문제가 국회 탄핵문제로까지 거론될 때엔 “취할 바 중용의 길이 있다”는 묘한 발언을 해 분분한 해석을 낳았다. 임 장관의 자진사퇴를 주문한 것으로 판명 났지만 당시 언론 일각에선 “임 장관 유임쪽에 손을 들어준 거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 총재는 이에 앞서 지난 2000년 총선 직전엔 당시 낙선운동을 주도한 총선시민연대를 모택동의 홍위병에 빗대어 ‘조반유리(造反有理)’라 비난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을 겨냥하기도 했다.
언론계에선 김 총재의 언론관을 ‘3공화국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권력이 언론을 통제하던 3공화국 당시부터 몸에 배인 언론과의 접촉방식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한 자민련 출입기자는 “김 총재는, 언론의 역할이 자신의 발언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지, 해석하는 게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언론이 자신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팩트’ 그대로 보도해야 한다고 김 총재가 강조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또 자신의 필요가 아니면 언론과 인터뷰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언론사 간부들과의 접촉도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당직자들의 건의로 이뤄지기는 했지만, 재보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정치부장들과 골프모임을 가진 것도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또한 김 총재는 지난 99년 총리로 있을 당시를 빼곤 87년 이후 한차례도 거르지 않고 워커힐호텔에서 기자들과 함께 송년만찬 모임을 갖는것으로 유명하다. 이 모임엔 소속 국회의원과 주요 당직자, 출입기자들 모두 부부동반으로 참석한다.
■ 김중권 민주당 고문
김중권 민주당 고문은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줄곧 언론의 조명을 받아왔다. ‘5공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비서실장과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등 현 정부여당의 핵심요직을 거쳐왔기 때문이다. 당대표로 있을 당시 그의 정치 현안과 관련한 발언은 때로 신문의 1면 머릿기사를 장식하기도 했다.
물론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다. 지난해 5월 민주당 출입 여기자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한 ‘대선후보 조기 가시화’ 발언이 당 안팎에서 논란을 부르자 곧바로 이를 번복, 언론으로부터 “말 바꾸기를 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김 고문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여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땅바닥에 떨어진 상황을 타개하고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후보 조기 가시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그에 대해 ‘전략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만큼 치밀하게 사전 준비해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 고문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있던 시절 한 언론사 정치부 기자 20여명과 저녁식사를 함께 한 적이 있는데, 처음 만나는 기자들 이름을 한자도 틀리지 않고 불러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김 고문은 또 민주당 안에서 동아, 조선, 중앙 등 이른바 ‘빅3’와 말이 통하는 몇 안되는 인사로도 꼽힌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5월의 일이다. 민주당보에 일부 언론사를 영문 이니셜로 거론하며 “수구세력과 기득권 세력의 대변인”이라고 비난하는 기사가 실려 동아, 조선, 중앙 기자들이 반발하자 당시 대표였던 김 고문은 “당보를 최종 인쇄하기 전에 보고하는 등 당보 발행의 책임성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빅3’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 고문은 그러나 세무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엔 “의연하고 당당하게 대처하라”며 단호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김 고문 캠프의 한 관계자는 “언론자유와 언론기업의 조세포탈 행위는 구분해야 한다는 게 김 고문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 유종근 전북도지사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전도사.’
현 정부 출범 초기 이런 별명을 얻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던 인사가 바로 유종근 전북도지사였다. 대통령경제고문으로 현 정부 경제정책의 기조를 세우는 데 일조한 것은 물론, IMF 위기극복과 외자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의 모습은 항상 언론의 관심사였다. 그는 IMF가 만든 ‘스타 지사’였다. 때문에 이런 유 지사의 인기가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적어도 99년 야당이 제기한 이른바 고관집 절도사건 의혹이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절도범 김강룡이 ‘12만 달러’ 운운한 것과 관련, 유 지사측은 줄곧 “훔쳤다는 절도범에게 증거를 내놓으라고 해야지, 그런 일이 없다는 쪽에 증거를 대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언론은 의혹의 시선을 놓지 않았다. 그의 해명은 또 다른 불씨가 되기도 했다. 유 지사는 당시 일부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119용 헬기 무단 사용 논란까지 불거지자 그는 결국 중앙 정치무대에서 잊혀져 갔으며 당연히 언론의 관심도 잦아들었다.
이런 유 지사가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다고 발표했을 때 민주당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뜻밖’이란 반응이 많았다. 그의 당내 인지도나 지지 기반이 그만큼 취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기를 염두에 둔 행보 아니냐”란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유 지사의 한 측근은 “신중히 판단해서 결정한 것인 만큼 최선을 다한다는 게 유 지사의 입장”이라며 “경선 이후의 행보는 그때 가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유 지사는 고관집 절도사건의 경험 때문인지 전북도청 간부들에게 “말을 조심하라”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지난해 9월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도의원 같은 국회의원들”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 전북도청 출입기자는 “학자 생활을 오래한 탓인지 모르지만 자신의 생각을 너무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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