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북 강경 발언…'강 건너 불구경'

민족적 시각 비판 없이 외신 인용 단순보도 그쳐

일부 언론 대북 햇볕정책에 화살 겨누기도





“남의 집 불 구경하듯 한다.”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를 다룬 국내 언론의 논조를 빗댄 한 신문사 논설위원의 발언이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에서 “사실상의 선전포고”라며 반발한 뒤 부시를 비롯한 미 정부내 ‘매파’들의 대북 강경 발언이 거듭돼 한반도에 긴장국면이 조성되고 있는데도, 이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민족적 시각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이 드물다는 것이다.

실제 부시가 지난달 30일 미 의회에서 문제의 ‘악의 축’ 발언을 한 직후 당사자도 아닌 중국과 러시아, 유럽 등 각국의 정부 관계자들과 언론들이 부시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했지만, 국내 언론은 외신을 인용, ‘부시 발언 해외 논란’ 등의 형식으로 단순 보도하는데 그쳤다.

관련 사설의 경우도 지난달 말 한겨레와 세계일보를 제외한 대부분 언론은 부시의 발언과 이로 인해 초래될 한반도 긴장국면에 대한 비판과 우려보다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과 미국 정부와의 시각 차이에 초점을 맞췄다.

여야 개혁파 의원들과 시민 사회단체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부시와 미 정부의 군사적 모험주의에 대한 비난 여론도 세계일보와 연합뉴스, 한겨레를 제외하면 대부분 무관심하거나 논란거리 정도로 취급했다.

부시의 대북 강경 발언이 거듭되자 일부 언론은 오히려 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화살을 겨누는 형국이다. 동아일보는 2일자 ‘남이 퍼줄 때 북은 핵개발’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의 북한 핵개발 관련 보고서 내용을 언급하면서 “햇볕정책의 ‘효능’만 믿고 북한이 하자는 대로 따라간 정부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도 같은날 ‘DJ 햇볕, 실험대에’란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과 북한의 대립이 급속히 예각적으로 변해가는 지금의 상황은 ‘햇볕’이라는 이름의 현 정부 ‘한반도 정책’에 근본적인 성찰과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대북 문제에서 우방인 미국과 공조를 이루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위협문제의 경우 미국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부풀리기 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이미 나온 터다. 실제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14일 장문의 기사로 “미국 공화당 의원들과 이스라엘 정부의 압력에 의해 과장된 것”이라 폭로했고, 국내 언론들도 대부분 이를비중 있게 인용 보도했다.

더욱이 부시의 이번 ‘악의 축’ 발언이 ‘엔론 스캔들’ 등과 관련한 ‘대내용’이란 시선도 없지 않다. 실제 한국일보는 지난 2일 ‘미 대북강경 딴 뜻은 없나’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즉, “지금 미국은 파산한 한 기업과의 더러운 유착관계로 행정부 관리들이 줄줄이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고 있다. 또 미국산 전투기 F-15가 가격 면에서나, 성능상의 취약점 때문에 우리의 차세대 전투기(FX)사업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만약 일부의 해석처럼 미국이 국면전환이나, FX사업의 압박수단으로 이런 대북 강경 자세를 부풀린 것이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긴장을 격화시킬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대북 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보다, 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의 ‘재고’를 촉구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란 지적이다.

북한 핵문제를 오래 담당해 온 한 북한전문기자는 “아무리 미국이 우리의 우방이라고 해도 대외정책에서 자국의 이해관계를 우선시 한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라며 “국내 언론도 미국의 입장을 따라가기만 하면서 긴장 고조에 일조할 게 아니라 위험천만한 상황을 초래할 지 모를 미국의 고압적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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