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모처럼 아이와 음악회에 갔다. 서울대 박종화 교수가 동요를 클래식으로 변주했다. “엄마가 섬 그늘에…” 속으로 가만히 따라 부르자 그 한 소절이 잠자던 기억을 소환한다. 일하는 엄마로서 고단하고 서러웠던 지난 7년으로. ‘섬 집 아기’는 보채는 아이를 가장 빨리 재울 수 있는 자장가 1순위였다. ‘엄마는 갈매기 소리에 설레 다 못 찬 굴 바구니 이고 모랫길을 뛰어온다’라는 구절을 부를 때면 가슴이 먹먹해지며 목이 메곤 했다. 어느덧 가슴팍까지 훌쩍 자라 공연장에 의젓하게 앉아 있는 아들의 손을 꼭 잡으며 ‘다 못 찬 바구니를 이고’ 동동거리던 그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당시 나의 흔적을 모두 담아 놨던 ‘싸이월드’를 오랜만에 찾아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요즘 누가 싸이를 해?” 소통의 즐거움뿐 아니라 기록 창고로도 유용했지만 싸이월드는 인적이 뜸해지면서 오래 방치한 집처럼 멀어져 갔다. 잊어버린 비밀번호를 기억해 내느라 애먹어가며 몇 년 만에 접속해 보니, 그 시절 고민과 기쁨을 담은 글, 사진이 잔뜩 쌓여 있다. 그런데 싸이월드는 곧 일촌평과 방명록 등 일부 기능을 중단한다며 어서 ‘백업’을 받으라고 한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환골탈태’를 한단다. 언젠가는 없어지리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닥치니 섭섭함을 넘어 깊은 상실감이 치밀어 올랐다. 비록 온라인이지만 왠지 이곳만은 영원하리라 믿고 싶었나 보다. 아이가 혼자 뒤집고, 처음 두발 딛고 일어선 날, 휘청휘청 걸어오던 날, 처음 ‘엄마’라 부르던 가슴 벅찬 순간. 그 반짝임들을 한데 모아두고 가끔 보물처럼 꺼내보며 늙어가고, 훗날 우리가 곁에 없어도 아이가 이 보물들을 보며 미소 짓고 추억하길 바랐던 건 욕심이었던가.
사실, 흐르는 세월 앞에 영원한 건 없다. 수많은 예술이 그토록 헤어짐과 상실, 그리고 그리움을 노래한 까닭이다. 마치 손에 쥔 모래처럼 날마다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듯 인생은 소멸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절대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건 아니다. 아프지만 깨달음과 성찰을 통해 지혜를 얻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간으로 설 수 있는 힘은 바로 간직하고픈 기억을 가슴에 담고 애틋하게 여길 수 있는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 그저 추억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모자란 듯한, 고이 간직하고 싶은 흔적이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소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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