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엄마들과 육아 어려움 공유했죠"

'독박 육아일기' 연재 허백윤 서울신문 기자

▲허백윤 서울신문 기자

육아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저출산 극복과 보육정책 강화를 운운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출산의 고통만 견디면 될 것 같았다. 기자가 되고 1년여 후, 가족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날 때까지도 육아가 두렵진 않았다. 하지만 막상 아기를 낳고 나니 기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육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외로움과 서러움이 복받쳤다. 해외로 떠난 가족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 있지만, 점점 내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이 한없이 슬펐다. 1년3개월간의 출산·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그는 육아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나만 힘들다고 투정부리는 게 아니라 다른 엄마들에게 “당신처럼 힘든 사람 여기 있다”고 위로해 주고 싶어서다. 20개월 딸을 키우는 초보엄마 허백윤 서울신문 기자의 이야기다.


허 기자는 지난 3월부터 자신의 육아 경험을 그대로 담은 ‘독박 육아일기’를 서울신문 온라인에 연재하고 있다. ‘독박 육아’는 보조 양육자 없이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육아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썼다’는 엄마들 사이의 은어다. 하지만 허 기자는 나홀로 육아를 하다 보니 세상을 더 넓게 읽게 됐다는 뜻에서 ‘讀博(읽을 독, 넓을 박) 육아’로 제목을 지었다. “아이를 낳아 훌륭하게 키우고 있는 여기자 선배들이 많으신데, 제가 육아일기를 연재해도 되나 고민이 많았어요. 사실 아직까지 조심스럽고 민망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 같은 초보 엄마들과 육아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또 공감하고 싶었어요. 아이의 성장과정이 아니라 엄마의 관점에 초점을 맞춘 것도 그 이유에서였죠.”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육아카페에는 매주 허 기자의 육아일기가 공유됐다. 댓글이 많게는 수천 개씩 달리기도 했다. 실제 “읽기만 해도 위로가 된다.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구나” 등의 공감 댓글이 이어진다. 그 인기 덕에 온라인에서만 연재되던 육아일기는 얼마 전부터 매주 토요일 신문에도 실리고 있다. 사내 기획·특종상도 수상했고 출판사의 러브콜을 받아 최근 책 출간 계약도 마쳤다. “어느 날 군인이라는 한 남자분이 메일을 보내왔어요. 제 육아일기를 읽고 15년 전에 아내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알게 됐다면서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감사하다며 답장했죠. 입사 후 4년간 정치부에 있었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독자들과 바로 소통하지 못했어요. 현재 온라인국에 있지만 다시 편집국으로 가게 된다면 디지털마인드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육아는 이토록 힘들지만 아이를 키우며 허 기자 자신도 성장하고 있다. “딸을 낳고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어요. 복덩이죠. 딸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 늘 고민하고, 행동 하나도 바르게 하려고 노력해요. 저도 커가고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이자 기자가 되고 싶어요. 우리 아이들이 자라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좋은 기자가 되도록 노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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