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에 나온 ‘도찐개찐’이요? ‘도긴개긴’이 맞는 말이에요.”
일상에서 자주 쓰이지만 어법상 틀린 우리말이 많다. 16년 차 온라인 편집기자인 김주동 머니투데이 통합뉴스룸 차장은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온라인 기사의 제목이나 내용, 댓글의 틀린 표현이 눈에 띄었다. 그는 몇 주간 고민을 거듭하다 우리말 전문가를 찾았다. 당시 종이신문을 담당하고 있던 나윤정 어문연구팀 차장에게 한글 관련 기사를 써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업무 외에 기사를 쓰자고 해서 놀랐어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말을 다루는 기자로서 어이없이 틀리는 단어, 잘 모르거나 헷갈리는 어법에 대해 짚어줄 필요가 있더라고요. 여기에 이 단어가 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전문적인 내용을 덧붙이면 더 좋을 것 같았죠.”(나윤정)
그렇게 ‘우리말 밭다리 걸기’가 시작됐다. 지난해 8월부터 매주 화요일 머니투데이 온라인에 잘못된 우리말 표현과 바른 어법을 소개하는 기사를 연재했다. 개그콘서트에 나온 ‘도찐개찐’은 ‘도긴개긴’이 바른말이고 ‘앙되요’는 ‘앙’의 유희적 표현을 감안하더라도 ‘앙돼요’가 맞다고 지적했다.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표현과 부드럽고 재밌는 존댓말 어투, 다양한 이미지가 더해진 ‘우리말 밭다리 걸기’ 시리즈 43편은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나 기자가 통합뉴스룸으로 자리를 옮겨 김 기자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게 되면서 시너지가 발휘됐다. 회사에선 기사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고 동료들은 평소 헷갈렸던 말을 제보하기도 했다.
“우리말 사용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었지만 15~16년간 온라인 편집기자로만 살다 보니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게 바로 우리말에 대한 기사 쓰기였죠. 막상 하려니 처음엔 부담되기도 했지만 이젠 소재 찾는 게 일상이 됐어요. 딱딱하지 않고 쉽게 읽힐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김주동)
나 기자는 ‘우리말 밭다리 걸기’ 연재가 인생의 작은 전환점이 됐다고 말한다. 안정된 자리에 안주하려 했던 자신에게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편집기자인 김 차장과 나 차장은 편집기자 후배들이 기존의 틀을 깨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편집기자는 대부분 직접 기사를 쓰지 않아 글쓰기에 부담감이 있어요. 하지만 그 누구보다 글을 많이 읽기 때문에 기본은 다 갖추고 있죠. 취재기자라고 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에요(웃음). 기사는 취재기자를 통해 만들어지지만 편집기자, 어문기자를 거쳐야 비로소 완성되죠. 분량과 형식이 자유로운 온라인에선 편집기자도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와 만날 수 있어요. 꼭 도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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