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는 과거 유산이지만 미래지향적 가치 담겨있어
“문화재는 과거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 안에 미래지향적인 가치가 담겨있지 않으면 문화재로서 의미가 없죠. 과거가 아니라 미래적 관점에서 문화재를 바라보는 게 문화재 담당 기자의 보람이자 특권 아닐까요?”
문화재 전문기자인 서동철 서울신문 수석논설위원은 지난달부터 서울신문 온라인에 ‘문화유산 이야기’를 연재 중이다. 밀양 봉성사터, 벽산 김도현 선생의 항일 도해순국 현장인 산수암, 관촉사 석조보살입상 등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우리 문화재 이야기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동안 문화재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모은 자료들과 2012년 그가 펴낸 책 ‘오래된 지금’에 미처 실리지 못한 내용을 담았다. 여기에 깊이 있는 취재도 더했다. 지금까지 12회를 선보였고 앞으로 매주 월·수·금요일 연재해 총 100회를 채울 계획이다.
대학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그는 클래식이나 국악 전문 저널리스트를 꿈꿨다. 기자가 된 후 문화부에서 클래식·국악을 담당해 꿈을 이뤘지만, 학술·문화재분야는 덤으로 맡게 됐다.
“클래식과 국악을 이해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문화재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사실 음악은 학장 시절 쌓아둔 소양을 우려먹은 것인데(웃음), 문화재는 직접 찾아다니고 취재하며 더 깊이 빠져들었죠. 그 덕에 15년 이상 문화재를 전담해오고 있네요.” 그는 현재 국립민속박물관 자문위원이자 문화재위원회 위원이다. 특히 문화재위원 중 현역 문화재 담당 기자로는 그가 유일하다.
문화부 외에 사회부·정치부·행정뉴스부·국제부 등을 거쳤고 미래전략실장과 경영기획실장을 맡아 경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문화재 전문기자로서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도움이 됐단다.
“요즘 문화재는 문화의 영역으로 간주하죠. 하지만 당시에 문화적 이유로 만들어진 것은 거의 없어요. 통일신라시대 석굴암 등 종교적 구조물의 건축은 중요한 정치 행위였어요. 숭례문이나 광화문도 정치·사회·행정적인 이유로 건립된 것이죠. 다양한 부서를 경험하면서 문화부 기자로서 깊고 넓은 시각을 갖게 됐어요. 문화재를 학술적으로만 접근하는 학자들보다 다양한 상상력을 가지고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는 문화재 전문기자가 될 수 있었죠.”
신문 지면에 익숙한 28년차 기자인 그는 온라인전용 기사를 연재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고 말한다. “제가 쓴 기사가 곧바로 독자에게 전달되고 독자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신세계예요. 지면은 분량 제한이 있는데 온라인은 쓰고 싶은 만큼, 사진도 여러 장 실을 수 있죠. 왜 진작부터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생각보다 적응도 빨랐고요. 기자로서 평생 쌓아온 것들을 세상으로 흘려보낼 기회를 늦게라도 만나게 돼 좋습니다.”
그는 문화부 기자 후배들에게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언론사 기자로 사는 삶은 유한하지만 특정 분야에 대한 관심은 무한합니다.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전문분야를 찾아야 해요. 문화재는 어떤가요? 저널리즘적 접근을 통해 문화재를 해석하고 또 의미를 부여하는 일. 후배들이 문화재에 도전해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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