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일간지 기자와 폭행 논란에 휩싸인 제주시청 백모(57) 국장이 4층 건물에서 투신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제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백 국장은 지난 23일 오전 5시40분께 제주시 연동의 한 4층 건물에서 투신했으나 1층의 조립식 건물 위로 떨어져 목숨은 구했다.
앞서 백 국장은 지난 19일 오후 11시40분쯤 제주시 연동의 한 아파트 사거리에서 일간지 기자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백 국장 측은 길에서 우연히 만난 기자가 함께 술 마실 것을 강요하다 거부하자 욕설과 함께 공무원을 그만 두게 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목덜미를 잡아당기고 팔꿈치로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해당 기자 측은 “일방적 폭행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해당 기자 측은 “백 국장이 먼저 기자의 가슴을 머리로 치면서 폭행을 유도했다”며 “방어적인 측면에서 다소 물리적인 행동이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언쟁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공무원 자질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스스로 그만두라’고 한 것이 옷을 벗기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둔갑했다”고 말했다.
기자 측은 “백 국장이 투신한 것과 관련해 해당 기자가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라면서 “사실관계가 왜곡돼 퍼진 것에 대해서도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폭행 당시 함께 있던 참고인도 경찰 조사에서 폭행이 아니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서부경찰서는 폭행 사건과 관련해 이번 주 중으로 수사를 마무리 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다만 백 국장의 투신 사건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중태인 만큼 안정을 찾는 대로 별도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도내 1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5일 성명을 통해 “현직 기자와 공무원 간의 폭행시비가 급기야 해당 공무원의 투신으로 이어지는 매우 안타까운 사태로 발전했다”며 “해당 공무원이 투신이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한 배경에는 기자의 부당한 폭행 혐의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도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공무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한 행위는 7000여 제주 공직자를 위해한 것”이라면서 “언론사 기자의 ‘갑질’ 행태에 분노하며 앞으로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관계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에 대한 응당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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