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를 냈던 세계일보 ‘정윤회 문건’ 특종보도팀 김준모·조현일·박현준 기자가 회사로 복귀한다. 이들은 사측과 동료 기자들의 진정성 있는 설득에 마음을 돌려 이달 24일부터 다시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일 기자는 17일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계속 함께하자는 동료들의 설득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사측의 약속에 복귀를 결정했다”며 “구성원들에게 송구스럽다. 보도의 가치를 지키고 언론이 가진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 벌어진 진통의 한 과정으로 지켜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 기자는 회사가 올해 초 사장 교체 과정에서 허위사실 유포와 회사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파면당한 인사들을 원칙 없이 복귀시킨 것에 반발해 지난 10~12일 잇따라 사표를 냈었다. 특히 세 기자는 해당 인사들이 정윤회 특종 보도를 대내외적으로 폄훼·부정한 데 대해 기자로서 자괴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한 신진호 기자가 지난 5일 먼저 회사를 떠났고 신 기자의 뜻에 공감한 ‘정윤회 문건팀’ 기자들도 사표를 냈다.
퇴사 이유와 관련해 김준모 기자는 동료들에게 “회사 내부에서 일어난 일련의 문제들은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보도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회사 소란의 원인을 제공한 만큼 이제 그 책임을 제가 지겠다. 지금의 상황을 제 양심이 더는 허락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사측과 세계일보 기자들은 지난 주말 동안 세 기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문건팀 기자 3명은 회사에 복귀하기로 결정했지만 신 기자는 회사를 떠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일보 관계자는 “기자들이 문제 제기한 사안에 대해 원칙을 지키면서 순리대로 풀기로 합의점을 찾았다”며 “3명의 기자들이 24일자로 복귀하겠다고 편집국에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신진호 기자는 아직까지 복귀하겠다는 의사 표명은 안 했지만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일보는 비선실세로 거론되던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정황이 담긴 청와대 문건을 보도한 뒤 회장이 취임 50여일만에 교체되고, 문건 보도의 한복판에 있던 조한규 사장이 사실상 경질되는 등 후폭풍을 겪었다. 또 세계일보 모체인 통일그룹 관련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되는 등 권력기관의 외압설도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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