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특별법, 정부 예산타령·무관심에 폐지 수순

위기의 지역신문 버팀목 역할
10여년 지원사업 성과 괄목
내년 법안 시효 만료 예정
일반법 전환·기간 연장 목소리
기재부 "내년 종료" 원칙적 입장
개정 법률안도 국회서 낮잠

2016년 말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이하 지역신문법)의 시효가 만료된다. 2004년 진통 끝에 한시법으로 제정, 지역신문들이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법령이 한 차례 연장 끝에 폐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일반법 전환을 골자로 하는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2013년 말 발의됐지만 2년 가까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실정이다. 일몰제 폐지나 기간 연장 등을 두고 정부, 특히 기재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9월 정기 국회에서 본격 논의를 거쳐 연내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지역신문법은 폐지 수순을 밟아갈 가능성이 높다.

법안 폐지땐 그동안 지원 물거품
지역신문법은 2016년 12월31일 일몰 시점을 목전에 두고 있다. 10여년간 ‘위기의 지역신문’에 숨통을 트여줬던 법령이 폐지를 앞두면서 그동안의 지원마저 ‘도루묵’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신문법은 지난 2004년 지역균형발전정책의 일환으로 여야 합의하에 제정됐다. 지역신문들의 어려운 실정을 감안해 건전한 발전기반을 조성, 여론의 다원화와 민주주의의 실현 및 지역사회의 균형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취지였다.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자생적으로 살아남기 힘든 구조를 지닌 지역신문을 따로 떼어 돕는다는 취지에는 여야 공감대가 있었지만 이미 신문 등을 지원하는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현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있었기 때문에 난산(難産)을 거쳐 탄생할 수밖에 없었다. 항구적인 지원은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면서 결국 최초 지역신문법은 6년 시한을 정해 이후 폐지되는 한시법으로 제정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인 신성범·김태년 의원이 공동개최하고, 한국지역언론인클럽이 주관한 ‘지역신문지원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지난 4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를 비롯한 여러 자리에서 지역 언론인들은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의 연장 또는 일반법 전환을 지속 촉구했다. (한국지역언론인클럽)

2009년 미디어법이 통과되면서 지역신문법은 존치하게 될 명분을 얻게 됐다. 미디어법은 자본력 있는 대기업이나 신문사의 방송사에 대한 지분소유 상한을 전면 금지하던 규제를 해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신문법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데, 이 법안이 같은 해 7월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지역신문들의 존립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자본력이 취약한 지역신문들은 미디어법 통과로 상대적으로 광고 수입이 줄어들고, 대기업과 주요 일간지들의 지역 언론시장 장악으로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법안 연장이 명분을 얻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결국 2010년 6월 국회에서 지역신문법은 2010년 9월22일에서 2016년 12월31일까지로 6년 만료시점이 연장됐고 현재 시효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는 이미 위기를 맞고 있는 지역신문들에게 설상가상의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역신문법 폐지는 지난 10여년간 지역신문들의 경영난 해소 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 법령이 사라진다는 의미여서다.


2014년 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사업 성과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10년을 평가한 결과 더디지만 경영상 일정한 효과가 나타나고, 특히 규모가 작은 신문일수록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보고서는 지역신문법을 통해 구축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경영, 독자, 신문사 구성원, 전문가 등 다면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이들은 대부분 지원사업의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특히 경영평가 결과 지원사업 초창기 효과를 보지 못했던 부분에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고, 초창기 현저한 효과를 보았던 부분은 안정세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현배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역신문팀장은 “지역신문법 제정 전과 후 지역신문들의 패러다임이 달라졌다고 보는 게 맞다. 계도지 판매 등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지역신문이 지역의 뉴스를 다루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이제 막 자리잡은 시점에 지원이 끊긴다면 그동안의 성과를 원점으로 돌리는 치명적인 결과가 될 것”이라며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된 특수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하면 적어도 한 세대는 꾸준히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특별법 기간 연장 움직임 분주
현재 국회에는 지역신문법의 기간 연장을 골자로 하는 두 개의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오는 9월 정기 국회에서 본격 논의가 전망되면서 지역신문들과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양새다.


먼저 지난 2013년 11월 윤관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기존 법안 부칙에 명시된 유효기간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지역신문법의 일몰조항을 삭제해 일반법으로 전환,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재원구성 다양화, 전문성 강화 등이다.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지난달 14일 특별법의 유효기간을 2026년까지 10년간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황 의원은 “특별법이 이대로 내년에 폐지된다면 지역 여론이 반영될 창구가 사라지고 수도권과 지방간 정보 불균형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지역신문 활성화를 위해 특별법을 연장하고, 더불어 정부의 안정적인 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신문들 역시 세미나와 포럼, 간담회 개최는 물론 해당 의원들에게 지속적인 의견개진을 하면서 지역신문법의 연장 또는 일반법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지역언론인클럽 회장단은 지난 6월 정의화 국회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지역신문법 연장을 촉구하는 서안을 전달하며 조속한 심의와 국회 통과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정 의장은 “개정안의 진행과정을 세밀히 살핀 후 (국회의장으로서)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울 것”이라 답했다. 앞서 정 의장은 지난 4월 한국지역언론인클럽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여야 간사가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한시법으로 시행돼 온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하고, 지원규모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후반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박주선 위원장도 지난달 중견 지역 언론인 모임인 세종포럼 초청 토론회에서 “지역신문발전특별법은 정보적 지역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법”이라며 “법령 연장에 소속 의원들이 대부분 공감하기 때문에 상임위 통과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특별법 상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존속을 위한 기획재정부의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국회 기재위 위원들과도 긴밀히 상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재원 마련 등 정부 협상이 관건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 개정안 국회통과의 가장 큰 난관은 정부와의 협상이다. 법안 재연장이나 상시법 전환의 명분은 높지만 재원마련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기간 연장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선이다.


실제 정부는 한시법이라는 이유로 지역신문발전기금 규모를 해마다 축소해 가는 추세다.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달 2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질의하며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358억원이던 지역신문발전기금 사업비와 여유자금 규모는 2011년 311억원, 2012년 253억원, 2013년 156억원, 2014년 124억원, 2015년 121억원 등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13년 지역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한 윤관석 의원은 지난달 한 지역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때문에 지역신문발전기금 재원 마련을 위해 성격이 비슷한 전입금 형태의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방송통신발전기금과 복권기금이 지원받을 수 있는 대표적 전입금인데, 성사를 위해서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과 복권 및 복권기금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재 특별법의 기한을 3년 또는 6년 연장하는 방안을 두고 내부 논의 중이지만 성사 전망은 불투명하다. 문체부 미디어정책 담당자는 “지역 언론 환경을 위해 추가 연장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공감대가 있어 3년 또는 6년의 추가 연장이 얘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재원마련을 위한 복권 및 복권기금법 개정 등은 용도가 다르다는 이유로 기재부 등에서 수용불가 의견을 밝혀왔고, 황주홍 의원의 10년 연장 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장을 보였다”며 “예산을 끌어올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산 편성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재부 문화예산과 담당자는 “한시법이고 특별법인 만큼 내년에 기한이 종료되면 그대로 종료된다는 입장”이라며 “연장된 적이 있는 만큼 아직 가부를 얘기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본격 논의가 이뤄진다면 정책과 법안의 방향성에 대한 부분이 함께 검토돼야 하겠지만 아직 논의가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회에 계류 중인 두 법안이 오는 9월 국회 상임위에 상정돼 본격 추진된다 해도 법안심사소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더욱이 총선이 불과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연내 개정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19대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임정기 한국지역언론인클럽 회장은 “특별법의 3년 또는 6년 연장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여러 의견들을 종합해보면 이는 너무 앞서간다는 판단이고 낙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지역신문들이 합심해 특별법 연장을 위한 여론형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애로사항을 전달하는 등 9월 정기국회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병동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은 “특별법 연장을 위한 지역신문들의 노력에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서포트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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