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언론조항 손질할 곳 많다

TV토론 정책·공약발표 '사전 선거운동' 될 수도

여론조사 “질문내용 공개” 규정 애매해 실효성 없어





지방자치단체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법의 언론관련 조항의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에 따르면 TV토론에서 후보자가 정책이나 공약을 말하는 것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 선거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TV토론의 핵심인 후보자간 정책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여론조사 보도의 경우도 선거법에는 조사 의뢰자와 조사기관, 단체명은 물론 질문 내용도 함께 보도하도록 하고 있으나 규정이 애매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법률상 기구로 반드시 구성하게 되어 있는 ‘선거기사심의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위상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 21일 TV토론에서 토론자의 질문범위를 벗어나 예비주자들이 자신의 공약을 밝히는 등에 대해선 사전선거운동으로 규정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으나 실제 토론에선 대통령이 될 경우 최우선 정책을 묻는 질문이 나오고 후보자들의 공약성 발언이 계속됐다. 28일 이인제 민주당 고문은 TV토론에서 “대통령이 되면 임기 말까지 3000포인트까지 주가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위법성 여부는 토론의 전체 내용과 흐름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며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으나, 그보다는 실제 토론회가 후보 자질과 정책 검증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언론의 후보초청 토론회와 사전선거운동 관련 법조항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언론사 논설위원은 “TV토론에서 질문자들은 출연한 후보의 대통령 자질을 검증하는 질문을 하게 되고 또 주자들은 ‘대통령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주요 정책이나 공약성 발언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이런 현상을 사전선거운동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이고 ‘돈은 막고 말은 푼다’는 선거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북대 김승수 교수는 “TV토론의 진행 방법이나 사회자 선정, 질문 작성 등에 대해선 민간 차원의 협의기구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언론사 여론조사와 관련해선 선거법 108조 4항에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 조사 의뢰자와 조사기관, 단체명은 물론, 질문 내용도 함께 보도하도록 하고 있으나 대부분 언론사는 특히 질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선거법상 여론조사관련 조항이 구체적이지 않을 뿐더러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모호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선관위측은 “여론조사 보도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거나 선거법 위반여부를 가릴 필요가 있을 때 제출할 근거자료로 보관해야 한다는 게 법의 취지”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야 대선 예비주자간 가상대결 여론조사 결과가 들쭉날쭉하게 나와 독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조사의 신뢰도에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대표는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여론조사 보도 논란을 막고 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질문지 공개와 관련한 법규정을 구체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총선 직전 언론자유 침해논란을 부른 선거기사심의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위상도 문제다. 한림대 김옥조 객원교수(언론정보학부)는 “방송위와 언론중재위가 선거기사의 공정성 여부를 모니터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방송심의위란 기구를 별도로 설치해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결정하는 데 중요 정보를 제공할 선거보도 문제를 다루도록 한 것은 법 논리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선거기사심의위원회의 권한과 관련, 불공정 보도에 대한 제재 조항(8조3)의 경우 지난 2000년 대통령이 정부여당에 재개정을 지시했으나 2년이 지나도록 고쳐지지 않고 있다. 김동원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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