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MBC, 국민 무시하는 흉기로 변해"
언론노조 MBC본부 기자회견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 광장에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이상호 기자 재징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달아 기자)
복직 21일 만에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이상호 MBC 기자에 대한 재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MBC 상암사옥에 울려퍼졌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 광장에서 ‘이상호 기자 재징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는 사측의 분풀이식 징계이고 심각한 언론 탄압”이라며 이 기자에 대한 재징계 철회를 촉구했다.
이 기자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MBC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 인터뷰를 보도할 예정’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해고됐다. 그는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소송 1·2심과 대법원에서 모두 승소판결을 받은 뒤 지난달 MBC에 복직했다.
복직 후 심의국 TV심의부로 정식 발령을 받았던 이 기자는 사내 게시판에 MBC뉴스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언 등을 올려 구성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MBC본부는 설명했다.
이 기자에 대한 재징계 사유는 MBC가 2013년 1월15일 이 기자를 해고하면서 내세운 것과 같다. MBC는 이번 징계와는 별도로 이 기자에 대한 추가 징계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본사에 있는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사무실 유리창에 '해고왕국 MBC 이상호 기자 징계 철회' 문구가 써있다. (김달아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기자는 “지금 MBC는 ‘국민의 좋은 친구’가 아니라 국민을 적대시하고 있다”며 “저는 MBC 직원으로서 연명하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 MBC가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오기 위해 진실과 마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자는 “NLL 광풍에 휩싸여있던 2012년 대선 당시 MBC가 실제로 5분간 진행한 김정남 인터뷰는 굉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에 진실을 확인하고자 회사에 특별감사를 요청했더니 해고라는 조악한 징계가 뒤따라왔다”며 “이번 재징계도 인사위원회 7명 중 정족수를 조금 넘기는 4명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기자는 “지난 3주간 들여다보니 MBC는 시용 기자들을 이용해 오보를 양산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흉기로 변했다”며 “MBC의 사주는 특정 정권이 아니라 국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조능희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은 “해고 무효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서 또다시 정직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게 돼 참담하다”며 “이번 재징계는 해고의 연장이며 바른말을 하겠다는 기자를 쫓아내겠다는 것과 같다. 이것이 기본과 원칙을 중요시하는 MBC의 경영방침인가”라고 비판했다.
김동훈 언론노조 MBC본부 수석부위원장은 “2년 반 동안 고초를 받고 이제야 복귀한 이 기자에게 다시 정직을 내리는 게 사람이 할 짓인가”라며 “징계를 받아아 할 사람은 이 기자가 아니라 MBC를 망가뜨린 경영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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