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의 앵커브리핑 코너가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며 호평받고 있다. 기존 방송뉴스가 시도하지 않았던 형식으로 눈길을 끄는 데다 손석희의 신뢰 이미지가 더해져 “설득력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앵커브리핑은 뉴스룸 2부 첫머리에 방송된다. 손석희 앵커가 그날 주요 이슈에 대해 직접 분석·설명하는 코너다. 지난해 9월 JTBC 메인뉴스 ‘뉴스9’가 ‘뉴스룸’으로 개편되면서 첫선을 보였다. 보통 뉴스리포트가 1분30초 정도인데 반해 앵커브리핑은 2분30초~4분가량으로 긴 호흡이다. 내용 전개는 신문의 데스크칼럼과 비슷하지만, 기존 방송뉴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이라는 평가다.
문학작품의 한 구절을 인용하거나 영화의 한 장면, 줄거리를 끌어와 키워드를 풀어내고 분석한다.
지난달 30일에는 청년실업 문제를 작가 박민규의 단편 ‘갑을고시원 체류기’를 통해 재주목했다. 이날 손 앵커는 ‘웅크리고, 견디고, 참고, 침묵했고…’를 ‘앵커브리핑이 선택한 말’로 선정해 “비좁은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젊은 청춘의 모습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세상이라는 냉정한 문 앞에서 침묵해야 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자화상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앵커브리핑은 ‘청년들에게 보내는 손석희 앵커의 편지’란 제목으로 인터넷상에 퍼져 청년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국정원 사건에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제목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인용했다. 그는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처음 시작된 날 국정원은 스스로를 ‘무죄’라 규정했다. 사실 아무 일도 없었기를, 아무도 없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들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이 탔다는 빨간색 마티즈 차량의 번호판 색을 두고 ‘착시’ 논란이 인 뒤인 지난달 22일, 앵커브리핑의 키워드는 ‘‘파검’ 혹은 ‘흰금’…그리고 마티즈’였다. 시각세포 민감도가 제각기 달라 사람마다 다른 색으로 보였던 드레스사진과 마티즈를 함께 ‘착시’라는 키워드로 엮은 것이다.
한 방송사 기자는 “뉴스를 통해 앵커·데스크의 시각을 제시하면서도 시청자에게 강요나 학습을 시키지 않고 요즘 돌아가는 세상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도록 하는 점이 좋아 보인다”며 “물론 손석희 개인의 카리스마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앵커브리핑은 그동안 방송 뉴스에서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코너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JTBC 관계자는 “앵커브리핑은 뉴스룸 2부의 첫 아이템인 데다 2~4분가량 길게 이어져 시청자가 꼭 알아야 할 핵심 이슈를 중심으로 키워드를 선정하고 있다”며 “보통 앵커는 기자의 리포트를 잘 정리해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앵커브리핑은 앵커의 목소리로 직접 전달하기 때문에 무게감이 느껴져 시청자가 더욱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