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관심·비판에 "웃고 울었다"

대선주자와 언론<2>

지난 주(1125호)에 이어 ‘대선주자와 언론’ 두번째를 싣는다. 이번에는 민주당 김근태, 정동영, 한화갑 고문의 평소 기자들과의 관계, 언론 세무조사와 언론개혁에 관한 견해 등을 살펴봤다. ‘대선주자와 언론’은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3회로 연장한다.



■ 김근태 민주당 고문

‘직업 혁명가’에서 ‘합리적 민주주의자’로. 근 20년을 사이에 두고 언론에 투영된 김 고문의 전혀 다른 면모이다. 지난 85년 민청련 사건의 주동자로 검거될 당시 그는 학생운동권을 의식화한 ‘불순’ 조직의 배후조종자로 언론에 보도됐다. 김 고문은 정치권에 몸담던 초기엔 언론에게서 ‘재야운동권 출신’, ‘마지막 재야’란 별칭을 ‘선물’ 받기도 했다.

이런 그가 당내 대선 주자로 나서면서 ‘투사적’ 이미지를 불식하고 ‘합리적 민주주의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캠프인 한반도 재단 사무실에서 매주 화요일 정례 간담회를 갖는 등 기자들과의 접촉 빈도를 높인 데엔 당시가 동교동계와 대립하던 때이기도 했지만,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을 지우기 위한 포석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은 그를 “솔직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얼마전 한 저녁식사 자리에선 ‘오프’를 전제로 자신이 최고위원 경선 당시 쓴 선거비용을 얘기하면서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고충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출입기자는 “너무 가리지 않고 말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당 안팎에서 논란을 부른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면회 건에 대해 김 고문은 “개인적 친분”임을 강조했지만, 그가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의 연장선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보수층도 포괄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김 고문 캠프의 한 인사는 “그의 세무조사에 대한 입장은 분명하다”면서 “향후 우리 사회의 리더십은 사회계층간 갈등을 치유, 조정하는 코디네이터형 리더십이 돼야 한다”는 간접화법으로 방사장 면회 건을 설명했다.

김 고문은 실제 한 정치토론회에서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국가의 정당한 행정행위이자 우리 사회의 마지막 남은 성역을 없애는 것”이라며 찬성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언론개혁과 관련해선 지난해 11월 대학기자포럼에서 “언론자유, 편집권 독립 확보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화와캠페인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법·제도 개혁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 정동영 민주당 고문

정 고문은 그의 17년 기자 경력에서 알 수 있듯, 민주당내 대선 주자들 가운데 누구보다 언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민주당 기자실에선 특히 그의 대변인 시절을 떠올리는 기자들이 많다. 한 민주당 출입기자는 “대변인 시절 정 고문은 기자들이 바라는 핵심을 정확히 짚어줬다. 그의 코멘트엔 군더더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언론 감각이 그만큼 남달랐다는 것이다. 언론이 필요로 하는 핵심을 파악해 제 때에 내놓는다는 얘기다.

그가 현재의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는 데 언론의 ‘도움’도 컸다고 할 수 있다. 그 스스로도 재작년 최고위원에 선출됐을 때 “기자 여러분들이 만들어 준 최고위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정치적 기반 역시 3년여의 당 대변인과 MBC 기자 시절 수년간 앵커를 맡으면서 구축된 대중적 인지도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언론플레이에 너무 의존한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최고위원들의 대통령 면담에서 나온 “권노갑 최고위원 사퇴”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당내 일각에선 “정 고문의 언론플레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 고문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정 고문의 언론관은 최근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영국의 BBC를 사례로 들며 국내 언론 보도의 정확성 문제를 제기한데서 단면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우리 언론은 너무나 많은 정정 보도와 소송에 휘말린다. 그런 점에서 정확성을 지향하는 것이 핵심이다”고 말했다.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선 ‘언론자유’와 ‘언론 영업’의 영역을 구분하면서 “언론자유는 어떤 정권이나 시대를 막론하고 보장돼야 하지만, 언론의 영업 부문은 어떤 기업활동이나 영업과 구분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MBC 보도국의 한 고참 기자는 정 고문의 기자 시절과 관련, “80년대 후반 마감뉴스 앵커를 맡았을 때 간혹 정치, 사회적 현안에 대해 대본에 없는 소신 있는 앵커 멘트를 해 화제가 되곤 했다”고 말했다.



■ 한화갑 민주당 고문

언론이 한화갑 고문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게 바로 ‘리틀 DJ’란 그의 별명이다. 한 고문이 김 대통령과 비슷한 이미지를 지녔고 야당 시절 오랜 동안 김대통령의 비서로 활동해 온 점 때문이다. 한 고문 스스로도 ‘김 대통령의 철학과 이념의 계승’을 강조한다. 이런 한 고문의 각인된 이미지는 언론에게서 장점이자 약점으로 지적 받아왔다.

한 고문은 또 기자들 사이에선 ‘호(好)·불호(不好)’가 분명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야당 시절부터 꾸준히 관계를 맺어 온 기자들과는 흉금을 털어놓을 만큼 친분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측근은 그래서 “친한 기자들과 만나면 ‘오프’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친분이 깊지 않은 기자들에겐 사무적으로 대할 때가 많다는 게 민주당 출입기자들의 전언이다. 기자 관계는 ‘폭’보다는 ‘깊이’를 중요시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또 대부분 정치인들이 언론과의 관계를 고려해 오보에 대한 정정 요구 등에 수동적인 반면, 한 고문은 자신과 관련한 ‘오보’에 대해선 의사표시를 분명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지난해 10월 한 시사주간지에 자신의 정치행보와 관련한 ‘오보’가 실리자, “다음 호에 해명할 수 있도록 인터뷰 기사를 실어주겠다”는 해당 언론사쪽의 제안을 거부하고는 끝까지 정정 기사 게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7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사주 구속을 원치 않는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일부 언론이 김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처럼 분석하자,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강력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고문의 이런 기자 관계에 대해선 “원칙적인 태도”란 평가도 있지만 “언론이 아닌 기자들을 상대하려고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고문의 “언론사주 구속을 원치 않는다”는 발언에 대해 한 측근은 “‘사람이 구속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심정적 차원의 얘기가 확대된 것”이라며 “세무조사와 그에 따른 법적 처벌을 하지 말자는 의미는 결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 고문은 지난해 ‘디지털 말’과 인터뷰에서 “언론개혁은 당위”라고 강조했다. 김동원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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