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제기 의제 선거보도 중심"
언론재단 '선거보도 핸드북' 미언론 시민중심보도 기법 소개
선거보도에 대안은 없는가.
언론계의 해묵은 과제였던 이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 90년대 초반부터 미국 언론계에서 실험적으로 도입된 ‘시민 중심의 선거보도’ 기법이 눈길을 끈다.
시민 중심의 선거보도 기법이란 시민들의 정치적 관심사, 그들이 주목하는 이슈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후보자들의 견해와 답변 등을 검증하는 선거 보도 경향을 일컫는다.
최근 한국언론재단이 번역, 출간한 ‘선거보도핸드북’ (원제 ‘Poynter
Election Handbook’)에 따르면, 이런 미국 언론들의 시민 중심의 선거보도는 “선거관련 보도가 시민들에게 한층 의미 있는 것이 되도록 하고 시민들이 정치과정과 다시 결합하게끔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언론들은 이를 통해 “투표하는 날 정확한 선택을 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시민들이 파악하도록 돕게 된다.
실제 시민 중심의 선거보도는 여론조사 등을 통해 시민들이 선거와 관련해 관심 갖는 이슈를 선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슈가 선정되면 언론사들은 이를 주제로 독자나 유권자들의 활발한 소그룹 토론을 유도하고, 또 이를 통해 각 이슈마다 걸러진 보다 구체화된 시민들의 관심사와 질문을 추려낸다. 추려낸 이슈별 관심사와 질문은 후보자 토론이나 인터뷰 등에 적극 활용할 수도 있다. 후보자들은 유권자인 시민들의 질문이란 점 때문에 가볍게 다룰 수가 없다. 언론사 입장에선 이런 이슈 중심의 선거보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시민들의 매체 비평과 반응을 통해 검증하는 방식으로 시민들을 보도활동에 참여시킬 수도 있다.
이처럼 여론조사를 새로운 각도에서 활용함으로써 언론사들은 후보자들이 제기한 이슈보다 시민들이 설정한 의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그 의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방식으로 선거보도 캠페인을 벌여나가게 된다. 그래서 시민 중심의 선거보도는 “언론인의 임무를 새롭게 하는 게 아니라 이들의 포커스를 새롭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언론사들은 시민 중심의 선거보도가 공공적 이슈를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존 선거보도에서 지속돼 온 매체간 경쟁의 비효율성을 깨닫고 신문사간, 또는 신문·방송사간 협력체제를 구성, 보도의 폭과 깊이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 이는 신문이 주관한 후보자 초청토론회를 특정 방송사가 중계하는 식의 국내 언론사간 선거보도 협조체제를 뛰어넘는다. 언론사간의 협력체제 구성은 경비절감은 물론, 새롭게 형성된 인력 풀(pool)을 매개로 매체의 장단점을 상호 보완할 수 있고 보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KQED-FM방송의 뉴스부 샐리 아이셀 차장은 “협력 관계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시야가 더욱 넓어지고 영향력도 커졌다”고 말했다.
시민 중심의 선거보도는 결국 종래 선거보도의 핵심적인 요소를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대부분의 언론기관이 지금까지 해온 것과는 다른 형태로 사태나 상황을 보고 전달하게 만든다. 후보자의 동정과 유세 현장, 선거 전략, 자금 조달 상황 등이 뉴스가 되긴 해도 이전처럼 선거보도의 주류를 이루지는 못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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