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자 주식·부동산 투자 금지
중앙일보 5만원 이상 선물 거절 등 윤리 강령 확정···익명·엠바고도 안돼
촌지·향응 등을 거부하고 경제관련 부서 기자들의 주식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중앙일보 기자윤리강령이 최종 확정됐다.
윤리강령은 ▷언론자유 수호 ▷공정보도 ▷품위유지 ▷올바른 정보사용 ▷정당한 정보수집 ▷사생활 보호 ▷오보의 정정 ▷판매·광고활동의 범위 등 8개항과 27개 세부지침으로 구성돼 있다.
중앙일보는 세부지침에서 '경제부, 산업부 등 경제관련 부서 기자와 데스크, 편집자는 주식 직접투자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했으며, 전체 기자들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매매, 취재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자 등을 금지했다.
또 취재원의 경비부담, 선물, 향응, 편의제공을 받지 않기로 했으며 '개인적인 촌지는 물론 기자단을 통한 의례적인 촌지도 받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본의 아니게' 시가 5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아 되돌려줄 수 없을 경우 사내에 설치한 '선물센터'에 기탁하며, 선물센터는 이러한 물품들을 모아 불우이웃이나 단체에 기증키로 했다.
공정보도와 관련, 윤리강령은 ▷외부의 부당한 압력 거부 ▷취재원 익명처리, 비보도, 엠바고 약속은 원칙적으로 금지 ▷다른 신문이나 매체, 자료 인용시 출처 명시 ▷오보나 기타 실수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하게 정정, 반론 게재 등을 규정했다.
중앙일보는 윤리강령 실천을 위해 윤리위원회를 두고 조항에 대한 유권해석, 위반사례 심의, 상벌위원회 회부 여부를 결정한다. 윤리위원회는 노사 합의로 선출한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지난 3월 삼성과 분리를 선언하며 윤리강령 제정 방침을 밝힌 중앙일보는 이석구 행정국장, 김수길 경제담당 에디터, 손장환 공정보도위원장, 이기원 노조위원장 등 노사 6명으로 구성된 실무소위를 중심으로 논의를 계속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항목별로 기자들의 찬반을 물어 50%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한 항목은 제외했으며 80% 이상의 찬성을 얻은 27개항을 바탕으로 8일 최종안을 확정했다.
중앙일보는 이번주에 기자윤리강령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세세한 조항까지 신설은 국내 언론사 가운데 처음
중앙일보 기자윤리강령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언론사 가운데 처음으로 주식투자, 부동산 투자에 금지규정을 두었다는 점이다. 윤리강령은 경제부, 산업부 기자들의 주식 직접투자와 편집국 차원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매매, 부동산투자를금지했다.
타사의 경우 연합뉴스는 '취재보도 등 회사업무와 관련해 입수한 뉴스와 정보를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서는 안된다', KBS 역시 '직위나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이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는 수준이었다.
이같은 결정은 길진현 전 산업부 차장의 불법 주식투자 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초 지난 2월부터 노조(위원장 이기원)와 공정보도위원회(위원장 손장환)를 중심으로 특별팀을 구성해 윤리강령 제정작업을 추진해온 중앙일보는 선언적인 내용을 담은 1안과 실천적이고 강도 높은 내용의 2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결국 길 차장 사건을 계기로 윤리위원회 설치, 미공개정보 이용 금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2안으로 가닥을 잡았고 기자들의 총의를 모아 최종안을 확정했다. '언론풍토에 비추어 실현가능한 부분들로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현실론을 윤리강령 실천을 통해 얼마나 불식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다.
이와 관련 기자들의 주식투자에 대한 금융감독위원회의 '유권해석'도 참조할 만 하다. 금감위 조사1국의 한 관계자는 "내부자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증권거래법 상 기자들은 '내부자', '준내부자', '정보수령자' 가운데 정보수령자에 해당한다"며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는 원칙적으로 기자윤리에 맡길 문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법규정을 통해 기자들의 주식투자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발상"이라며 "자체적인 윤리강령을 통해 기자 스스로 문제가 될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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