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언론이 바뀐다-사이버기자가 뜬다

인터넷매체 새로운 '매스미디어'로 급부상

'다양한 의견 폭넓게 수용' 장점 살리면 여론독점 해소·매체판도 뒤집을 수도





"여기는 완전히 신천지예요."



인터넷한겨레 뉴스부의 분위기는 그들의 표현처럼 '흥분의 도가니'였다.



"미디어는 더 이상 독재의 도구가 될 수 없어요. 인터넷과 PC통신 게시판의 쌍방향 토론을 보세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자유롭게 듣고 내 의견을 말합니다. 미디어가 수문장 역할을 핑계로 일반인들의 의견을 잡아먹던 시절은 끝났어요."



인터넷한겨레 김미경 뉴스부장의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새벽 네시 퇴근, 정오 출근. 밥 먹고 잠 자는, 생리적 욕구 충족 시간만 빼고 하루 열예닐곱 시간을 꼬박 일하는 셈인데도 김 부장은 신문 쪽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활력에 차 보였다.



"이제 진짜 기자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김 부장은 강조했다. 언론 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얼마든지 1차 자료를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 더 이상 정부나 기업의 보도자료를 받아쓰는 기자는 필요 없게 된다는 것이다.



진짜 기자의 시대가 온다







신문,방송 그 다음엔···



세계일보에서 인터넷매체 '머니투데이'로 옮긴 홍진석 기자는 '기자'라는 이름에 자동 부여되던 보호막이 빠르게 깨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이 기존 매체보다 훨씬 싼 값에 효율적으로, 원하는 심층 정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네트워크시대는 '진짜 기자'를 필요로 한다고 홍 기자는 힘 주어 말했다. 정보검색자, 정보가공자, 정보종합자로서 기자의 역할은 더욱더 치밀하게 요구된다.



인터넷은 간 기자들은 인터넷이 기자를 더욱 기자답게, 언론을 더욱 언론답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의 확산은 인쇄매체에 대한 라디오 출연, 라디오에 대한 텔레비전 출연 이상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도 말했다.



언론 보도에 대한 일반인의 태도는 이미 크게 변화됐다. 언론보도의 절대적 권위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과 PC통신의 뉴스클리핑 기능이다. 지난해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 구속 사태 때 네티즌들은 중앙일보의 '언론탄압' 주장에 아주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유니텔 사용자들은 토론에 참가한 중앙일보 기자들에게 비난을 퍼부으며 집단 이지메를 가하기도 했다. 그것은 직설적이고 원색적인 네티즌 언어문화 탓만은 아니었다. 네티즌들은 중앙일보와 타사, 또 현재와 예전의보도들을검색해 비교하면서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여론을 형성했다. 이것은 하나의 상징적 현상이다. 언론이 제공하는 하나의 관점이 더 이상 전체사회를 지배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인터넷 토론방에서는 기자든 일반인이든 똑같이 하나의 아이디만큼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인터넷 대안매체의 탄생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딴지일보'를 비롯해 '인물과 사상' 등 각종 군소 사이트들이 여론 형성기능을 분담하고 있다. 월간 말지의 오연호 기자가 주도하는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를 언론사 출입처의 대명사인 경찰서에 '출입'하게 할 계획이어서 본격 개장 전부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들 네티즌들이 언론을 어디까지 변화시킬 수 있을까? 우리 언론의 고질병인 독과점적 시장 구조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인터넷시장이 뜬다



인터넷매체의 위협적 성장속도에 기존 매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인터넷매체의 산업성은 매년 두배 이상 껑충껑충 큰다. 인터넷광고대행사 '디킴스' 자료에 따르면 99년 인터넷광고 집행총액은 300억 원에 달했다. 98년에 120억 원 규모의 시장이었던 데 비하면 엄청난 성장률이다. 김기원 광고주협회 기획부장은 "기업체들이 2000년부터 인터넷에 정식으로 광고예산을 잡고 있다"며 올해도 인터넷 광고시장이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현 디킴스 전략기획팀장은 2000년의 인터넷 광고시장 규모를 680억 원으로 예측했다. PC통신 광고시장까지 합치면 1000억 원에 이를 예상이다. 이 정도면 라디오매체 광고시장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인터넷 광고시장이 아직까지는 기존 매체의 광고시장을 침범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광고전문가들은 라디오나 잡지의 경우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면서 인터넷에 밀리는 조짐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기원 광고주협회 기획부장은 "신문, 방송, 라디오, 잡지 4대 매체시대는 가고 조만간 신문, 방송, 인터넷 3대 매체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면 인터넷매체가 신문과 방송을 대체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는 실정이다.



기존 매체가 네트워크정보를 지배







전복인가 보완인가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인들과 인터넷전문가들은 '대체가 아니라 보완'이라고 말한다. 기자협회가 신문협회와 방송협회 회장단을 대상으로 한 서면인터뷰에서 사장들은 공통된 인식을보였다.종이신문은 종이신문대로, 방송은 방송대로 언론기능이 증대 강화될 것이며, 언론사들은 다양한 서비스 개발로 사업을 확장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관계에 견주어 설명했다. 방 사장은 "인터넷신문이 크게 성장하고 보편적 미디어로 자리잡게 되더라도 종이신문을 주로 보면서 종이신문을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용정 한국경제 사장은 "종이신문은 앞으로 인터넷 등 멀티미디어 산업이 다루기 힘든 부분, 예를 들면 분석기사와 정확한 데이터 등을 개발함으로써 차별화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권상 KBS 사장은 신문은 정보수집력과 분석력을 활용해 정보판매 다각화를, 방송은 엔터테인먼트형 콘텐츠 공급원으로 종합정보기관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채널 '넷뉴스'를 운영 중인 송종문 KBS 기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인터넷은 네트워크 콘텐츠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매체"라고 말했다. 기술적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가령 5000달러 짜리 서버컴퓨터를 매개로 인터넷영화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사용자 수는 400여 명뿐이다. 이런 인터넷매체로 높은 사업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지금 인터넷사업은 초기라 적극적으로 정보를 탐색하는 사용자들이 다수지만 인터넷이 확산돼 매스미디어화하면 기존 매체수용자처럼 수동적 사용자들이 다수를 이룰 것이라고 송 기자는 전망했다.



'기술이 반, 콘텐츠가 반'이라는 인터넷사업에서 언론사들은 일찌감치 사업에 진출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95년 디지틀조선을 선두로 마이다스동아, 사이버중앙, SBS인터넷, 매경머니, 한경닷컴, 대한매일뉴스넷, 인터넷한겨레가 속속 별도법인으로 설립됐다. KBS와 MBC는 분사 여부를 검토하면서 인터넷방송을 출범시켰다.



네티즌들이 '안티조선 운동', '중앙일보 이지메' 정서를 뚜렷히 드러내면서도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사이트의 인기가 다른 언론사이트보다 아주 높다는 점은 흥미롭다.







기존 경쟁 답습 말아야



지난 10월 매일경제신문이 인터넷조사전문회사 '이 트렌드'와 네티즌 6000여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네티즌들은 언론사 사이트 중 조선일보 사이트를 가장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이트 중에선 야후, 다음, 골드뱅크 등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그다음엔중앙일보가 9위, 매일경제 전자신문 한겨레가 각각 14위부터 16위 순이였다. 기존 언론사의 탄탄한 정보습득력과 다양한 콘텐츠가 현실사회에서처럼 네티즌에게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들의 소비양태는 현실의 언론수용자의 그것과 같다. 뉴미디어가 발달해 언론시장의 규모가 커져도 기존 매체의 독과점적 구조는 그대로 확장, 전이되는 형국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기자들이 전달하는 기사 또한 대부분 지면과 화면을 통해 전달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전달형태는 언론기능의 변화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한 미디어담당 기자는 "인터넷한겨레의 '사이버 뉴스부장&' 코너는 한겨레라 할 수 있는 시도"라고 말했다. 인터넷매체 자체의 혁신성과 별개로 인터넷콘텐츠는 정보제공자의 성향대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변화의 동력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이 기자를 기자답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 언론을 언론답게 변화시키는 것은 기자다. 그것이 새천년 기자들의 '신천지'를 여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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