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은 '받아쓰고' 워싱턴포스트 '파헤치고'

북 미사일 위협 국내언론-워싱턴포스트 보도 대조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미국 공화당 의원들과 이스라엘 정부의 압력에 의해 과장된 것이었다.”

국내 언론이 지난 15, 16일 ‘북 위협론은 미 강경파의 과장’ 등의 제목으로 인용 보도한 지난 14일자 워싱턴 포스트의 북한 미사일 위협 관련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미국이 북한과 이란 등 이른바 ‘불량 국가’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제기하고 미사일 방어(MD)구상을 구체화한 것은 구체적인 정보에 근거하기 보다 미국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에 의해 과대포장된 것이라는 얘기다. 워싱턴 포스트는 또 럼스펠드 보고서에서 북한 등 ‘불량국가’들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을 결정한 뒤 5년 이내에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하다고 본 것은 록히드 마틴 등 군수회사의 추정에 근거하고 있으며 과장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 구상과 관련된 북한 핵의혹 부풀리기 의혹은 전문가 칼럼 등에서 간헐적으로 제기되기는 했지만 미국 현지의 주요 언론에 의해 이번처럼 본격 제기된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이 남달랐다. 국내 언론도 이런 사정 때문에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 내용을 일제히 보도하고 일부 언론은 관련 사설을 게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가 충격적인 것은, 그 동안 국내 언론의 북한 미사일 관련 기사들이 자체의 검증이나 의혹제기는 둘째치고, 미국 정보당국의 발표내용을 ‘받아쓰기’하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는 데서 비롯된다.

가까운 예로 국내 언론은 지난 11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인용, “북, 대포동 2호 시험발사 가능성”, ‘북, 미 본토 위협 미사일 2015년내 개발’ 등의 제목으로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사정거리에 두는 사거리 1만km 이상의 다단계 대포동 2호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크게 보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앙정보국의 보고서가 지난 99년 보고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4일엔 미 국방부가 탄도미사일 개발 등과 관련해 발표한 ‘대량파괴무기(WMD) 위협 순위표’에 북한이 3위의 국가 안보 위협국으로 분류됐다는 사실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6일자 ‘북, 세계 3위 안보위협국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 국방부가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러시아, 중국에 이은 세계 3위의 ‘안보위협국가’로 분류한 것은 북한이 세계평화에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이며, 동시에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안보가 얼마나 위중한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순위표가 앞서 워싱턴 포스트가 북한 미사일 위협을 과장한 내용의 보고서를 만든 장본인인 럼스펠드 장관의 국방부가 주도한 테스크 포스팀에 의해 작성됐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물론 우리 정부 당국마저 중요 사항에 대해선 미국쪽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현황과 같은 고급 군사정보에 국내 언론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제약요인이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북한 미사일 문제와 같이 자국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사안에 대해 미국이 어떤 잣대로 바라보고 있으며, 국내 언론은 이를 어떤 시각에서 검증할 것인가에 대해선 한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안보 상업주의’는 논외로 쳐도 미국과 북한의 냉각관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 미사일 문제는 사회적 파장이 큰 현안이기 때문이다. 김동원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