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정국’이 지난 8일 막을 내렸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라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사퇴를 촉구한 지 13일 만이다. 청와대의 사퇴 압박을 받던 유 전 원내대표는 8일 새누리당 의원총회 직후 자진 사퇴했다.
박 대통령의 ‘유승민 찍어내기’ 발언 다음날인 지난달 26일부터 ‘유승민 사퇴’ 후인 9일까지 2주간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 등 5개 신문이 관련 내용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기사와 사설을 분석했다.
먼저 유승민 관련 보도를 1면 머리기사로 가장 많이 실은 곳은 경향(총 9회)이었다. 동아·중앙·한겨레가 각 5회로 그 뒤를 이었고 조선은 3회였다. 사설은 동아·한겨레가 각 10회, 경향·조선 각 9회, 중앙이 7회에 걸쳐 관련 내용을 담아 보도했다.
이들 신문은 모두 박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하거나 과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유승민 정국’의 시발점과 본질,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책임론 등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다.
동아와 조선은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너무 거칠고 직설적이다, ‘오기 정치’라는 평이 나올 정도다, 국정 차질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등의 평가를 내놨지만 발언의 원인을 여야 탓으로 돌렸다. 동아는 사설 <‘배신의 정치’, 국민이 대통령과 국회에 할 말이다>에서 “야당이 주도하는 입법부의 독주로 국정이 마비 상태나 다름없으니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여당 역시 집단 이기주의를 도모하는 데는 야당과 손발이 척척 맞고 있다”고 했다. 조선도 사설 <여야에 날선 비판 퍼부은 대통령, 국회만 탓할 자격 있나>에서 “공무원연금 개정안 처리 시한에 쫓기던 여당이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하룻밤 사이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런 점에서 야당이 이번 논란의 1차적 원인 제공자”라고 보도했다.
유 전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 될수록 각 신문이 이번 사태의 본질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기사와 사설에 뚜렷하게 드러났다. 박 대통령의 ‘찍어내기’ 발언 후 닷새가 흐른 시점부터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가 어느 정도 기정사실화 되면서 유 원내대표가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특히 동아와 조선은 ‘유승민 사태’를 주로 여당 내 친박과 비박, 박근혜 대 유승민의 계파 갈등으로 바라봤다. 반면 경향·중앙·한겨레는 사설에서 ‘청와대의 여당 원내대표 사퇴 압박’이 의회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은 6월30일자 사설 <친박의 사퇴 압박…누가 납득할까>에서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사적으로 임명한 부하가 아니다. 대통령 입맛에 맞춰 그만둬라 마라 할 대상이 아니다. 이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라고 지적했다.
2일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유승민 사퇴’ 발언과 6일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 무산, 8일 의원총회와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 그 이후까지 이어지는 보도를 보면 이런 성향은 더 두드러진다.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한 다음날인 9일자 1면 머리기사로 조선은 <‘유승민 파동’ 13일 상처만 남은 여>, 동아는 <‘유승민 혼란’ 끝 “대통령이 변할 차례다”>를 보도하면서 여당·청와대의 내홍은 봉합됐지만 무능과 불통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반면 경향은 <쫓겨난 유승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중앙 <유승민 사퇴…“헌법 1조 지키고 싶었다”>, 한겨레 <내쳐진 유승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등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 기자회견 발언을 그대로 인용해 머리기사 제목으로 달았다.
이날 조선은 사설에서 “이번 사태의 직접적 발단은 유 원내대표가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청와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당과 국회법 개정에 합의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지금부터 권력 정치에서 완전히 벗어나 민생 정치에 올인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경향은 “집권여당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 행사를 정당화하는 하부기관으로 전락했다. 삼권분립을 명시한 헌법 가치는 훼손되고 정당정치, 민주주의는 모독당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수십 년 전 권위주의 시대로 후퇴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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