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이사, 벌써부터 정치권 줄대기

KBS노조 "김인규·정연주 측근 지원"
'정치권 나눠먹기' 개선 목소리
공추위 "적임자 방통위에 추천"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조 등의 주최로 열린 ‘공영방송 이사회 활동평가와 과제’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최승영 기자)

 

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교체 절차가 시작되면서 정치권 낙하산이 아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인사를 이사로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KBS와 방문진 이사에 대한 공모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7월1일부터 14일까지 이사 후보자를 공모한 뒤,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에서 정한 결격사유 확인 절차 등을 거쳐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KBS 이사를 추천하고 방문진 이사를 임명할 계획이다. KBS와 방문진 현 이사의 임기는 각각 8월31일, 8월8일까지다.


KBS 이사회는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4명 등 11명의 이사로 구성된다. 방문진도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으로 여당 성향의 이사가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시민단체 등에서는 여권 성향의 이사회를 통해 이뤄지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더욱이 KBS 이사회와 방문진은 사장 선임권을 갖고 있으며 KBS와 MBC는 각각 오는 11월, 2017년 2월 사장 교체를 앞두고 있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공영방송 이사회가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문진의 한 야당 추천 이사는 “지금의 지배구조는 방송 공정성과 전혀 무관하다. (정권의) 거수기에 불과하며 자신들도 사실상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며 “(여야 추천) 비율을 조정하는 것으로만 되지 않을 것이다.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구성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언 KBS 이사(야당 추천)는 “현행 이사회 규정에는 4인 이상의 이사가 합동으로 안건을 상정할 수 있는데, 상정조차 되지 않고 논의도 안 된 게 태반”이라며 “(차기 이사는) 공영방송에 대한 이해, 즉 정권의 방송이 아니라 국민의 방송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경영진을 감시·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사 공모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다. KBS노동조합(1노조)은 30일 서울 여의도 KBS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인규 전 사장의 측근 4명과 정연주 전 사장 측근 2명이 각각 여권과 야권 몫 이사로 지원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KBS1노조는 이달 ‘정치중립적’ 이사 선임 투쟁에 돌입한다며 △정치중립성 △도덕성 △방송 전문성 △각 직종 대표성 등 4대 선결조건을 제시했다. 이어 KBS 사장 선임 시 재적이사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골자로 하는 ‘특별다수제’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진 위원장은 전국언론노조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발족한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공추위)’에 대해서도 우려의 뜻을 나타내며 “노조는 직접 이사를 추천하기보다 분명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좋은 명분으로 좋은 분들을 추천하겠지만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추위는 지난 24일 발족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까지 공영방송의 이사진은 여야 7:4, 6:3의 비율로 불균등하게 구성되어 왔고, 그나마도 정치권의 자리 나눠먹기 식으로 채워져 왔다”며 “언론단체들 뿐만 아니라 전체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공영방송 3사 이사의 역할과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아 방송통신위원회에 공동 추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사 후보자 추천에만 머무르지 않고 향후 이사·사장 선임제도 개선을 위해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어 30일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등의 공동주최로 ‘공영방송 이사회 활동평가와 과제’ 토론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유홍식 중앙대 교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대국민 여론조사 보고’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응답자 중 39.0%는 KBS와 MBC의 프로그램 및 운영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하다’는 답변은 18.3%에 그쳤다. 또한 방통위에서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를 추천·임명하는 데 ‘반대’(37.2%)하는 의견이 ‘찬성’(16.9%)보다 많았으며 그 이유에 대해 ‘뉴스나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85.4%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6~29일 전국 성인남녀 11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95%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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