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퍼스트' 넘어 디지털 '온리'시대 올까

한국언론진흥재단 디지털 퍼스트 워크숍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디지털 퍼스트 워크숍'이 25~26일 서귀포KAL호텔에서 진행됐다. 26일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장이 '오래된 전통 vs. 새로운 가치'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곧 디지털 ‘퍼스트’를 넘어 디지털 ‘온리’ 시대가 오지 않을까.”

25~26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디지털 퍼스트 워크숍’에서 정재민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는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이 같이 진단했다. 

미디어 산업은 ‘디지털 혁명기’를 겪고 있다. 종이신문, TV 등 전통 미디어는 내리막길을 걸은 지 오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전국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선호하는 뉴스 기기는 스마트폰(41.3%)인 것으로 나타났다. TV(29.5%), PC(21.0%)가 그 뒤를 이었고 종이신문은 5.3%에 불과했다. 언론사는 이 같은 디지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날 제주도 서귀포KAL호텔에서 열린 워크숍에는 미디어·저널리즘 전문가들과 언론사 부국장·부장급 언론인 20여명이 참석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틀에 걸쳐 ‘왜 디지털 퍼스트인가’, ‘디지털 시대의 뉴스 이용자 분석’, ‘오래된 전통 vs. 새로운 가치’, ‘디지털 혁신과 소통을 위한 기법과 기술들’, ‘2015 세계신문총회(WEF)를 통해 본 미디어 최신 트렌드’등 5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첫날 발제를 맡은 정 교수는 “디지털 시대 독자들은 정보에 대한 탐색보다 시간 때우기로 뉴스를 소비하고 그들 스스로 (기존 언론을) 찾아 기사를 보지 않는다”며 “소비자가 변한 만큼 이제 언론사가 직접 독자들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과거 미디어 산업은 콘텐츠가 좋지 않아도 배급 플랫폼이 한정돼 있었기 때문에 광고가 붙었고 시청률·구독률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기존 언론은 이제 진정으로 차별화된 콘텐츠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도현 닐슨코리아 미디어리서치부문 대표는 종이신문 열독률은 12년 전 대비 51%p 감소했고 지상파 실시간 TV시청률(수도권 기준)도 13년 전과 비교해 9.3%p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유 대표는 “전통 미디어가 쇠퇴한 반면 모바일로 뉴스를 소비하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 퍼스트’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며 “주로 디지털 감각이 있는 젊은 기자들로 팀을 구성하고 선배 기자들은 저널리즘의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코칭만 해주면 된다”고 제안했다.
 
또 유 대표는 “회사 이름보다 특정분야의 전문가로서 평판을 확보한 기자를 브랜딩화해 SNS, 모바일에서 내세워야 한다”며 “이는 기자 개인의 커리어를 쌓는 것뿐 아니라 회사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장은 “디지털 환경에서는 기존 저널리즘 원칙에서 고수할 것과 수정할 것, 새로 만들어야할 것들이 혼재 한다”며 “데이터의 투명성 강화, 신뢰제고를 위한 정정보도, 관점의 다양성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센터장은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비용구조로 디지털 시대에서 질 높은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며 “기사와 뚜렷하게 차별된 네이티브 광고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디지털 퍼스트 워크숍'이 25~26일 서귀포KAL호텔에서 진행됐다. 26일 이성규 블로터 미디어랩장이 '디지털 혁신과 소통을 위한 기법과 기술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저널리즘에 데이터 기술을 접목시켜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성규 블로터 미디어랩장은 “데이터 사이언스를 활용해 대량 정보를 기사화하고 로봇이 단순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맡게 되면 기자들은 좀 더 깊이 있고 의미 있는 기사를 쓸 수 있을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이 랩장은 “미래에 과연 데이터 기술에 대한 투자 없이 저널리즘 가치와 회사의 생존이 병립 가능한가”라고 물으며 “과거 신문이 윤전기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방송국이 발송설비를 대량으로 설치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데이터 기술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디지털전략팀 차장은 지난 5월 개최된 세계신문총회에서 나온 신문 산업의 트렌드 뉴스,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요약해 발표했다. 

최 차장은 “종이신문의 매출이 전체 9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디지털에만 집중하기보다 신문의 정보를 압축·시각화하고 인포그래픽, 폰트 타입, 일러스트레이션 등을 강화해 소장하고 싶은 종이신문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 콘텐츠를 소비하는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독자 퍼스트’가 필요하다”며 “독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미디어가 이 시대에 존재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가들을 고용하고 랩을 만든다고해서 혁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한 두 사람만으로 당장 변화할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디지털만 앞세우기보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부터 선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 세션 후에는 참석자들의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대응 전략 등 질문과 토론이 쏟아졌다. 네이버 등 대형 포털을 미디어로 봐야하느냐 상권·유통망으로 인식해야 하느냐에 대한 토론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또 피키캐스트와 같은 뉴스 큐레이션 업체의 등장에 기존 언론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특히 ‘진정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사는 외면 받고 흥미 위주의 기사만 대량으로 상황’에서 언론이 저널리즘 가치를 구현하고 보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나눴다.
 
워크숍에 참석한 김종철 매일경제 영상뉴스부 부장은 “디지털 실무를 담당하면서 더 나은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는데 이번 워크숍을 통해 해법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며 “더 중요한 것은 우리뿐 아니라 경영진들도 이런 내용을 듣고 공감해야 작은 변화라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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