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자신은 돌아보지 않고 정치권에 삿대질"

26일자 주요일간지 사설

▲한겨레 26일자 사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주요 일간지들이 26일자 사설을 통해 이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 발언에서 쏟아낸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혐오는 섬뜩할 정도”라며 “국민은 ‘메르스 대란’을 촉발한 이 정부의 총체적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대통령이 미안해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데, 엉뚱하게도 대통령이 화를 내고 삿대질하는 모습만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겨레는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이나 삼권분립 위배와 무관하다고 설명하며 “법의 취지를 왜곡하는 ‘법 위의 시행령’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굳이 거부권 행사를 들고나온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며 “이번 기회에 여당을 장악하고, 국회를 길들이고, 자신의 건재를 확인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삼권분립의 원칙을 내세웠으나, 정작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라며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정치세력과 정치인은 ‘배신자’이고 ‘심판 대상’이라는 오만한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경향은 “메르스 사태 등으로 위기에 처한 나라꼴은 안중에 없는 ‘정쟁 유발’ 대통령의 모습만 보일 뿐”이라며 “박 대통령이 일개 법안을 두고 ‘국가 위기’까지 운위하며 고집을 부려온 의도도 분명해졌다. 독자적 목소리를 내온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찍어내고 ‘비박 지도부’를 길들이는 권력투쟁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박 대통령은 초선 의원 시절인 1998년 이번 국회법개정안보다 훨씬 강력한 행정입법권 통제법안 발의에 참여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느 위치에 있든 타협과 조정을 배제한 채 내 주장만 옳다는 인식은 독선”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박 대통령은 야당이 국회선진화법에 기대어 시급한 경제·민생 관련 법안을 정략과 연계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며 “하지만 스스로는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정치적 반대편을 설득하는 노력을 했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동아일보 26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당초의 개정안이 위헌 논란을 초래한 이상 여야가 기왕에 다시 수정하기로 했으면 위헌성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도록 고치는 것이 옳았다”며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 점에서 타당성을 지닌다”고 전제했다.

 

이어 동아는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 거칠고 직설적”이라며 “정부 정책을 펴면서 여야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도 대통령의 중요한 역할이다.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 사태에서 나타나듯이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사태를 더 키우고, 인사 실책과 소통 부족으로 소중한 국정 에너지를 허비했으며 국민의 불신을 자초했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겸허하게 돌아보지 못한 것에 국민은 배신당한 느낌”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야당이 이번 논란의 1차적 원인 제공자” “여야가 대통령의 ‘날 선 비판’을 자초한 측면이 없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박 대통령이 과연 이런 여야를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왔는가 하는 점”이라고 밝혔다.

 

조선은 “대통령은 여당을 향해선 숙제를 내주듯 법안 처리만을 일방적으로 주문했고, 야당과의 대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이날 정치권 전체를 상대로 타협이나 대화보다는 공격과 대결을 선택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청와대와 여야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을 정치적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의 레임덕과 정권의 동력 상실이 염려되는 터에 거부권 사태까지 터졌다. 정치권이 국민의 짐을 덜어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시름을 깊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은 “우리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하루라도 빨리 마주앉아 국회법 파문을 수습할 정치적 근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며 “한 달 넘게 청와대와 여야가 국회법을 놓고 싸웠지만 최종 심판자는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아니다. 바로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