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은 가장 상식적인 사람이다. 상식을 벗어나 로비를 하지 않았다. 좋은 기술이 있어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패스21을 소개해 준 게 로비인가.”
지난해 12월 24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영렬 전 서울경제 사장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주식 관계는 부인이 처리해 잘 모른다. 취득한 뒤 일부 매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십 억원의 시세 차익을 봤다는 언론보도는 과장됐다.”
언론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해 곤혹스럽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김 전 사장은 99년 말부터 2000년까지 부인 명의로 된 패스21 주식 9만주 가운데 4만주 이상을 팔아 5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뿐만 아니라 두 아들이 패스21의 이사와 감사로 재직하기도 했으며, 부인이 ‘후원자’ 역할을 맡는 등 가족 전체가 경영에 깊숙이 개입했다.
김 전 사장이 몸담았던 서울경제는 패스21을 1면 머릿기사, 사설까지 쓰면서 홍보했다. 김 사장은 또 다른 언론사에 “괜찮은 기업”이라며 “패스21 기사를 잘 써 달라”는 부탁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교 동창이었던 당시 이종찬 국가정보원장을 만나 패스21의 기술시연회 개최를 주선하고, 전직 장관을 패스21 회장으로 영입하는 것 역시 김 전 사장의 몫이었다.
김 전 사장이 강조했던 “순수한 투자이고, 상식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얘기는 궁색해 보인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윤태식 게이트’에 오른 언론인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관련 공직자들이 옷을 벗는 상황에서 어느 곳보다도 직업윤리가 강조된다는 언론사의 사장이 소환 직전인 13일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은 별로 자연스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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