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유권자중심 보도 '마음뿐'

독자들 공방보도 익숙…정책 '무관심'

새 기사형식 개발 등 다양한 시도 필요





지난달 초 정치권이 건강보험 재정 분리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을 당시 한 야당 출입기자는 씁쓸한 경험을 해야했다. 심층 기획기사를 써 볼 계획을 세웠다가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전문가적인 분석과 판단이 필요해 보건복지부 기자에게 협조를 요청했으나 난색을 표시했다. 게다가 데스크는 “독자들이 관심을 갖겠느냐”며 기획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이 기자는 건보재정 문제에 대한 심층기획을 포기했다.

“결국 재정분리 문제와 관련해선 출입처의 입장과 국회 대응전략, 양당간 공방만을 기사화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여건상 사회적 현안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비화했을 때 이를 심층 분석하고 기획기사로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계기가 됐다.”

사회적 쟁점이 정치권의 현안으로 비화됐을 때 이를 어떻게 다뤄야하는가에 대한 정치부 출입기자들의 고민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특정한 정치 현안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게 정당 출입기자들의 전언이다. 본격적인 경선 국면으로 접어든 대선관련 기사를 취재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는 얘기다.

연말을 전후해 언론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과 관련, 첫 선거가 치러지는 제주도를 미국의 뉴햄프셔와 비교하며 대선 예비주자들이 준비 상황 등을 기사화했다. 하지만 언론은 대부분 예비주자들의 ‘세몰이’, ‘기선잡기’등에 관심의 초첨을 맞췄다.

이런 보도태도에 대해 한 민주당 출입기자는 “언론이 예비주자들간의 정책 대결로 이끌어야 한다는 관점을 세웠다면, 그런 세몰이식 기사보다는 실제 제주지역의 당 대의원들의 판단 기준이 될 주자들의 제주도 관련 정책과 공약이 어떤 게 있는지를 알려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럼 왜 이런 문제들이 나타나는 것일까. 한 민주당 출입기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정책 관련 기사를 쓰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게 아니다. 하지만 세몰이다, 기세잡기다 식의 보도관행에 익숙한 탓인지 모르지만, 독자들이 정책관련 기사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자연히 데스크들도 심층기사 보다는 세 대결이나 각축, 공방 위주의 ‘눈에 띄는’ 기사를 주문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주도해야 할 몫 역시언론에게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신문사의 정당팀장은 “오히려 독자들이나 각 캠프가 언론의 기존 보도 양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며 “한꺼번에 시도하기는 어렵겠지만, 누차 지적돼 온 선거보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사 형식을 개발하고 취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특정 정치 현안에 대한 심층 취재의 경우 편집국 차원의 기획을 마련해 정당 출입 기자들과 관련 분야의 출입처 기자들로 별도의 취재팀을 만들어 취재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당내 경선을 앞두고 사실상 대선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언론이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선거보도를 제대로 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는 결국 스스로의 인식 전환과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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