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 열정만 이용…또 다른 '열정페이'"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참가한 김현식 CBS노컷뉴스 기자

▲김현식 CBS노컷뉴스 기자

시작은 호기로웠다. 동네에서 ‘랩 좀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김현식 CBS노컷뉴스 기자는 엠넷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에 지원해 지난 10일 1차 오디션에 참가했다.


“방송 화면만 보고 기사를 작성하는 데 한계를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시즌4에 직접 지원해 발로 뛰는 도전기를 써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판 기사를 쓰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막상 참가해보니 오디션은 ‘허점투성이’였다. 김 기자는 지난 14일 기자수첩 형식의 콘텐츠인 ‘뒤끝작렬’에 생생한 후기를 담았다. 


“현장에 가보니 참가자들에 대한 처우가 정말 좋지 않았어요. 대책 없이 판만 크게 벌여놓고 카메라에 담기는 모습에만 신경 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지원자는 수천명에 달했지만 안내데스크는 5곳 정도. 대기 장소도 마땅치 않아 지원자들은 맨바닥에 앉아야 했다. 본인 차례가 언제인지도 알 수 없었다. “인내심의 한계를 경험했다”는 김 기자는 14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쇼미더머니’ 측은 오디션 다음날 “지원자수 7천여명 몰려 ‘역대 최고!’ 모두 함께하는 축제 분위기”라는 아이러니한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안타까운 점은 부실한 오디션에 비해 지원자들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방송사는 그들의 열정을 이용하려고만 하는 거죠. ‘아쉬운 사람들은 알아서 따라오겠지’라는 식으로 진행을 한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또 다른 형태의 열정페이죠.”


CBS노컷뉴스 문화연예팀에서 가요, 방송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김 기자는 앞으로도 시청자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기사를 쓰겠다고 했다. 틈틈이 기획기사도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인디 뮤지션, 래퍼들을 조명할 수 있는 기사를 꾸준히 써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기자생활 3년차인 그에게 기자로서의 최종 목표를 물었다.
“소신 있는 기자가 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조건 강자는 악이고, 약자는 선이라는 논리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할 줄 아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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