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촌지 관련자 경위서 받는 데 그쳐
윤태식 게이트에 신문사 사장까지 연루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선 언론인 각자의 윤리의식도 문제지만 그 동안 내부 비리에 대해 너그러웠던 ‘솜방망이’ 처벌 관행 역시 문제로 꼽힌다.
실제 과거 촌지나 금품 수수 등 언론계 비리 사건을 돌이켜 볼 때 언론사들은 당사자들에게 엄정한 잣대를 적용하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91년 2월의 수서 촌지 사건이다. 당시 수서택지 분양 건과 관련, 서울시청 출입기자단이 거액의 촌지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으나 각 언론사들은 해당 출입기자들에게 경위서와 시말서를 제출토록 하는 데 그쳤다.
또 지난 95년 8월 당시 KBS 스포츠취재부 최모 부장이 각종 스포츠 행사 때 촌지를 요구했다며 해당 부서 기자들이 인사조치를 요구하고 노조가 파면조치를 촉구했으나 KBS측은 방송심의실 심의위원으로 발령내는 것으로 끝냈다.
비리 의혹을 산 언론인을 오히려 지면을 통해 감싼 사례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98년 10월 당시 사장실 전문위원이었던 박갑철 아이스하키협회장이 특기생 선발의 대가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뒤 재판 상황을 보도하면서 일부 진술 내용을 박 회장에게 유리하게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조선은 11월 26일자 초판 사회면 기사에서 박 회장이 “사흘 가까이 밤잠을 재우지 않고 수사를 강행하면서 용변도 그 안에서 해결토록 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가 검찰의 항의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용변’ 부분은 박씨가 언급하지도 않은 작문이며 ‘고문’도 정상적인 심문을 두고 박씨가 ‘정신적 고문’이라고 주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선은 이와 관련, 시내판에서 ‘용변’ 부분을 삭제하고 “고문이나 협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검찰의 반론을 실었다.
결국 언론계의 이런 ‘솜방망이’ 처벌 관행과 ‘내 사람 감싸기’식 태도가 비리 연루 당사자들의 도덕 불감증을 방조하고 “나는 별 탈이 있겠냐”는 ‘성역 의식’을 조장, 윤태식 게이트 같은 대형 언론인 비리사건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각 언론사 차원의 자정노력과 기자들의 윤리의식 제고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안의 경중에 합당한 처벌 규정을 만들고, 이를 엄격히 적용하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기울여야 할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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