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새벽, 네팔로 로밍해간 휴대폰에 지인들의 안부를 묻는 문자가 끊임없이 들어 오고 있었다. 문자를 보며 “이렇게 큰 사건이 발생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전인 25일 네팔 전역에 지진이 일어나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있던 기자는 취재를 하던 ‘2015 한국로체원정대’와 함께 5km 정도 떨어져 있던 고락셉이라는 지역으로 피신(?)했다.
베이스캠프에서는 눈사태와 산사태가 매일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지진이 가라앉으면 다시 올라가 등반을 계속 하겠다는 게 원정대의 생각이었다. 고락셉으로 피신한 원정대원들과 기자는 베이스캠프에 모든 짐을 두고 잠시 내려오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인들의 안부를 묻는 문자를 보며 전날 베이스캠프에서 내려오며 봤던 상황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눈사태로 빙하 위로 날아간 무너진 텐트들, 병원텐트 앞에 누워 있던 사람들, 부상자를 옮기고 있는 사람들 등등 베이스캠프에서 내려오며 카메라에 담은 사진을 보며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바로 그랬다. 불과 보름 전 한국으로 입국하기 전까지 기자는 취재를 하기 위해 지진 현장을 방문하며 하루하루 살아 있음에 감사했다. 지진으로 파괴된 건물, 가족들이 죽은 현장에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지진이 두려워 공터와 거리로 나와서 자는 사람들, 화장장의 시체 태우는 연기….
1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루크라라는 지역에서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대기하다 카트만두에 도착해 접한 지진 피해의 모습은 어떻게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처참했다. 수차례 네팔 취재를 하며 알게 된 지인들의 피해 소식은 마음을 슬프게 했고 한국에 연락해 네팔인들을 돕기 위해 물품을 모아 달라는 연락을 하기까지 했다.
물론 카트만두 현지 취재를 하며 통역을 맡아 준 네팔 현지 지인에게는 가지고 있는 현금, 원정기간 체력이 떨어지면 먹기 위해 준비해간 음식과 의약품을 모두 전해 주고 왔다.
지난 5일 귀국 비행기에 오르며 취재기자로서 안전한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기쁨보다는 더 많은 취재를 하지 못한 것에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
입국한지 보름이 지난 지금도 지진으로 고통받는 네팔인들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지진이 발생한 후 많은 언론에서 네팔의 피해 모습을 보도하며 관심을 가졌다. 물론 기자가 소속된 경인일보도 지역언론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기사를 보도하며 수도권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네팔 현지는 매일 여진이 일어나고 있고 1차 지진이 발생했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안전한 지역을 찾아 카트만두를 떠나고 있다.
지난 12일 또다시 진도 7.3의 강진이 강타한 후 1차 지진에서 버텼던 건물들이 붕괴됐다. 물론 1차 지진 이후 많은 사람이 카트만두를 떠났고, 지진에 취약한 건물에서 사람들이 떠났기 때문에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지진이 처음 발생했을 때 못지 않게 도시 기반 시설이 파괴됐다.
1차 지진이 발생한 지 24일이 지난 19일 현재 네팔에 대한 관심은 조금 사그라진 느낌이다.
지진 피해 현장을 지켜본 기자의 눈으로는 네팔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단기적인 관심 보다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이달 말부터 우기가 시작될 경우 네팔은 전염병이 유행할 수 있는 위험이 크다.
무너진 건물은 구호 자금으로 새로 지을 수 있지만 네팔인들의 지진으로 인한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틀에 한 번 정도는 네팔 현지 지인들과 연락을 하며 상황을 묻고 있다. 18일에는 현지 지인으로부터 지금까지 발생한 지진보다 더 강력한 지진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더 큰 피해를 입을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피해만으로도 상처가 큰 네팔인들에게 일회성이 아닌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과 관심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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