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파업 이후 MBC가 각종 편파·불공정 보도로 비판받는 가운데 조직 내 인적 구성의 변동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파업 기간 혹은 파업 이후 입사한 시용·경력기자는 전체 MBC 기자 중 3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는 지난 14일 오후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MBC, 왜? 어떻게? 망가졌나!’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최근 1년간의 MBC 보도 행태를 분석하며 MBC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기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은 세월호 관련 보도였다. △세월호 참사 당일 보상금 보도 △전원구조 아닌 것 같다는 보고 묵살 △유가족 모욕하고 정부 감싸기로 일관 △세월호 진상규명에 무관심 △시위대 폭력성만 부각한 추모집회 보도 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민언련의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에도 MBC 보도는 수차례 선정됐다. 월드컵 보도로 도배하며 공직자 검증과 세월호 보도 소홀(2014년 6월), 울산 유상급식 찬사 보도(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을 지라시로 강조하는 보도(2014년 12월), OECD 권고사항을 아전인수로 왜곡 보도(2015년 2월) 등이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혜성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은 시사저널의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MBC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MBC는 파업 이전인 2011년 영향력(42%)과 신뢰도(24.9%)에서 나란히 1위를 기록했으나 파업 이후인 2013년 영향력(27.4%)과 신뢰도(14.7%)는 각각 3위와 4위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영향력 22%, 신뢰도 9.7%를 기록해 4위와 6위로 추락했다.
김 국장은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원인으로 ‘인적 구성의 급격한 변동’을 꼽았다. 발제문에 따르면 MBC 기자 296명(2015년 4월 말 기준) 가운데 2012년 파업 이후 입사자는 68명이다. 파업 기간 중 25명, 파업 종료 뒤 43명이 시용·경력기자의 형태로 MBC에 입사한 것이다. 사측은 대졸신입 정기공채를 하지 않고 수시채용으로 경력기자를 뽑는 것을 인사 방침으로 정했다.
김 국장은 “모든 오보나 잘못된 보도가 다 시용·경력기자가 한 것은 분명히 아니”라면서도 “현재 보도국장, 취재센터장, 부서장 등이 대부분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현장에서 노력하며 취재해도 외부에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국장은 파업 이후 경력 채용으로 들어온 기자들이 보도국 주요부서인 정치·경제·사회·전국부를 대부분 채우고 있으며, 파업에 참가했던 기자들은 주요부서에 거의 배치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측은 파업 이후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신사업개발센터, 매체전략국 등의 부서들을 신설해왔으며, 40여명의 기자(보직부장 제외)들은 현재 본업과 상관없는 부서에 배치돼 있다.
김 국장은 “사측에서는 ‘그 사람은 보도국에서 활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십명의 기자를 보도에서 배제시키고 있다”며 “그러면서 보도국에 사람이 없다며 경력기자를 뽑고 있다. 인사는 경영진의 고유권한이라며 인사로 MBC를 좌지우지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경영진 구성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 말고는 해결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의 경우 기존의 9명을 11명으로 증원해 KBS와 동일한 방법으로 선출하거나 9명을 고수할 경우라면 여당과 야당에서 각 3명씩을 추천하고 나머지 3명은 여야 공동으로 추천하는 방식이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방문진 이사의 연임 금지를 주장하며 “연임 이사를 통해 로비를 한 정황들이 있었고, 연임 이사가 새 방문진 구성 초기 좌지우지한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제도적 개선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공영방송 이사들이 스스로의 역할을 자각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제도가 완벽해도 이를 지키려는 의지가 없다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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