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6일을 생각하면 당황스러웠던 기억부터 떠오른다. 그날 아침, 진도 해상에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뉴스를 접하자마자 류 기자는 사건팀 동료들과 함께 팽목항으로 향했다. ‘전원 구조’ 소식을 듣고 해경 경비정에 올라타 사고 해역으로 나갔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상황은 전혀 딴판이었다. “배가 뒤집어진 채 선미만 물 밖으로 나온 상태에서 해경과 구조대원들이 배 위에 올라가 망치로 두들기고 있었어요. 고속단정은 유실물을 찾는지 선체 외곽을 계속 돌고 있었고요. 전원 구조가 아닐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죠.”
아니나 다를까. 2시간쯤 지나 뭍으로 돌아와 보니 상황은 180도 바뀌어 있었다. 이미 첫 희생자가 나온 상태였고, ‘전원 구조’는 ‘희대의 오보’로 확인됐다. 낭보가 비보로 바뀌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전원 구조’ 보도만 믿고 아이들 갈아입힐 옷가지만 가지고 달려왔던 부모들은 피울음을 토해냈다.
그 길로 팽목항 인근에 숙소를 잡고 현장에 눌러앉았다. 다른 기자들처럼 카메라도 뺏기고, 멱살도 잡혀가며 취재를 했다.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팽목항을 다시 찾았을 땐, 가족들의 반응이 조금 달라졌다. 취재 온 기자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는 기자 생활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 사건이었어요. 그동안 해왔던 취재 방식이나 습관들이 다 무너졌어요. 더 신중해졌다고 해야 하나. 작은 사안을 대할 때도 한 번 더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2006년 무등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그는 뉴시스 광주전남취재본부로 옮긴 뒤 취재와 사진 촬영까지 1인2역을 하고 있다. 지금은 사건팀 소속이지만 그의 영역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을 다 아우른다. 통신사의 생명은 신속성. 하지만 세월호 사건을 거치며 그의 생각은 조금 달라졌다.
“통신사의 속성이 속보이다 보니까 기본적인 팩트를 전달하느라 정작 중요한 팩트 전달을 놓치는 경우가 있어요. 속보도 중요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하고 사안을 한 발짝 더 멀리서 보려고 합니다. 1보, 2보를 띄우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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