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보도됐으면 로비도 없고 처벌도 가능"
[인터뷰] 수지 김 동생 김옥임씨
“얘기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흥미거리 정도로 다루시게요? 언니들이 만나지 말라고 하네요. 죄송합니다.”
윤태식씨에게 살해당한 뒤 간첩 누명까지 썼던 수지김(본명 김옥분)의 여동생인 옥임(41)씨는 한사코 만나기를 피했다. <기자협회보>가 많은 기자들이 보는 신문이니 언론을 대하며 느낀 아쉬운 점을 솔직히 털어놓으라고 했는데도 막무가내였다. 그만큼 언론에 대한 불신감이 깊었다.
“왜 윤태식 로비사건에만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어요. 그 문제가 터져 나온 게 바로 우리 언니 사건 때문 아닌가요?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두 달도 못돼 나몰라라 하는 것은 우리 가족을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그런 김씨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만남이 성사된 뒤엔 응어리진 그 무엇인가를 한꺼번에 쏟아내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어느 시점부터인가 언론의 관심이 온통 윤태식씨의 ‘패스21’ 불법 로비사건으로 쏠리면서 수지김 사건 자체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든 데 대한 불만이었다.
“사실 지난 95년도에만 보도가 됐어도 공소시효고 뭐고 문제될 게 없지 않았겠어요? 그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는 뭘 해 놓고 검찰이 수사에 나서니까 이제 와서….” 김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수지김 사건에 의혹을 제기했던 주간동아(당시) 이정훈 기자가 최초로 관심을 가졌던 시점인 지난 95년에 언론에 보도되고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기만 했어도 상황은 180도 달라졌을 것이란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 나왔다.
때문에 윤태식씨 로비사건에 다수의 언론인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은 김씨 가족에게 언론에 대한 불신을 더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결국 윤태식이가 그동안 권력층이나 언론에 돈을 뿌려가며 로비를 해 보도를 막은 거 아니겠어요? 돈 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이 맞아요. 한 언론사(SBS를 지칭)에서 누구는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하는데, 또 누구는 그것을 막겠다고 돈을 요구했다니, 기가 막힐 뿐입니다. 도대체 어떤 기자를 믿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이처럼 언론에 불만을 쏟아낸 김씨였지만, 직장을 옮기면서도 수년 동안 진실을 추적하기 위해 노력한 주간동아의 이정훈 기자나 SBS의 남상문 PD를 볼 때 역시 실낱이나마 희망은 언론에 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어디 가서 말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기자님들은 말할 수있는 자유를 갖고 있잖아요? 약한 사람들의 아픔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심 갖고 지켜봐 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언론이 신뢰를 잃으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설 자리는 없어지고 말아요.”
김동원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