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인 지난 16일 MBC 다큐ㆍ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침묵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조능희)는 20일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를 내고 “4월 16일 전후로 편성 제작된 MBC시사교양-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은 언론사로서의 사회적 의무를 방기한 듯한 행태를 보였다”며 “‘세월호 참사’라는 엄연히 존재하는 사건을 사회적으로 완전히 배제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MBC는 세월호 1주기였던 지난주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가 전무했다. 1주기 당일이었던 16일 ‘기적의 조건’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재난특집기획 스페셜로 방영됐지만 1년 전이었던 지난해 5월 방송된 프로그램이었다. 민실위 보고서는 “외국의 사례만 소개되었을 뿐, 이 사례들이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한국의 시스템과 어떻게 다른지 시청자에게 알려주는 단 하나의 분석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며 “1년이 지난 뒤 세월호의 ‘세’자도 등장하지 않은 단순한 재난 대처 사례를 재방영하는 것 말고는 단 하나의 프로그램도 기획, 제작되지 않았다. 이 현실이 교양제작국이 해체된 지 6개월, 세월호 참사 1주기에 맞이한 MBC의 민낯”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13일 ‘MBC 다큐스페셜’에서는 ‘거리의 피아노’가, 14일 ‘PD수첩’에서는 ‘보험사의 두 얼굴’이 방영됐다. 평일 밤에 방영되는 ‘리얼스토리-눈’은 16일 ‘신출귀몰 무속인 사기꾼’이 방영됐다. 민실위 보고서는 “좋은 아이템이라 할지라도 시의적인 적절성은 분명 존재한다”며 “세 프로그램의 아이템들이 굳이 세월호 1주기인 4월16일 즈음에 맞춰 방영되어야 할 이유를 시의적으로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유일하게 19일 기자들이 제작하는 ‘시사매거진2580’에서 ‘1년이 지났지만…’ 한 꼭지로 세월호 관련 내용이 방영됐다.
이 같은 시사교양ㆍ다큐의 ‘침묵’은 타 방송사와도 대비된다. KBS는 11일 ‘추적60분’에서 실종자 가족의 멈춰버린 1년을 다룬데 이어 18일과 25일 2주에 걸쳐 특집 ‘안전기획 2부작’을 방영한다. 또 14일 ‘시사기획 창’도 ‘세월호 1년, 우리는 달라졌나’ 제목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의 모습과 해결해야 할 문제를 심층 리포트로 보도했다. 16일에는 세월호 1주기 특집을 2부로 나뉘어 방영했고, 특집 생방송과 라디오 특집좌담 프로그램 등도 방송했다. SBS는 16일 특집다큐 ‘망각의 시간, 기억의 시간’으로 지난해 11월 세월호 수색 작업 종료 당시의 모습을 담았다. 15일 기자들이 제작하는 ‘뉴스토리’에서는 구조작업 이후 민간 잠수사들의 애환을, 17일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9명의 실종자와 그 가족의 삶을 조명했다.
민실위 보고서는 “지난해 회사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난 후부터 세월호 관련 아이템이 시사-다큐 프로그램으로 방영되는 것에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PD수첩’에서는 침몰 초기 단 일주일의 취재와 방송을 끝으로 세월호 관련 취재는 불허됐고, ‘MBC 다큐스페셜’의 경우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제작이 번복되는 과정을 거치며 담당자가 교체되는 수난을 거쳤다. 현재 편성제작본부장과 콘텐츠제작국장은 당시 각 프로그램의 책임자”라고 밝혔다.
이어 “시사제작국과 콘텐츠제작국의 PD들에 의하면 세월호 1주기를 맞이해 그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전해진다”며 “문제는 MBC 교양장르에서 ‘세월호’라는 거대 사건은 마치 성역처럼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시사교양국에 이어 교양제작국을 해체시킨 회사의 저의가 무엇인지 증명하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팽목항을 방문한 16일 MBC 뉴스데스크에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이에 항의하며 분향소를 폐쇄한 내용이 없었다. MBC뉴스데스크는 “박 대통령이 분향소를 찾아가 실종자 9명의 사진 속 얼굴을 일일이 바라봤고,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임시숙소도 살펴봤다”며 “노란 리본이 가득한 방파제에서 박 대통령은 대국민 발표문을 통해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뒤이은 내용에는 대통령 발표문이 전부였다. 민실위 보고서는 “대통령이 찾았다는 분향소는 당시 폐쇄돼 있었고, 유가족들이 대통령 방문에 항의해 팽목항에서 철수했다는 내용은 기사 어디에도 없다”며 “일부 시민들의 현장 항의도 물론 빠져있다. 뉴스데스크만 보면 대통령이 팽목항에서 평온히 대국민 발표를 하고 돌아온 것으로 읽힐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반면 SBS는 ‘빠른 시일 내 인양, 유족 못 만나’ 제목의 리포트에서 “유가족과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 항의가 있었다”고 보도했고, ‘등돌린 정부ㆍ유족, 합동추모식 취소’ 등의 리포트도 내보냈다. 다음날 조간신문들도 분향소 폐쇄 등을 다루며 세월호 1년이 지나도록 이어진 유가족과 정부의 불신의 골을 보여줬다.
민실위 보고서는 “문제는 이 같은 보도가 단순한 실수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움직임을 가리려 했던 것인지, 대통령 동정 보도에 비판은 싣지 않아 왔던 보도 관행이 작용된 것인지, 꼭지 배분 과정에서 조율이 안 된 것인지 어떤 이유든 문제는 심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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