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 고개든 보수언론

'서해교전' 보도 비교적 침착···'전쟁 부추기기' 우려 일기도

'서해교전 사태'에 대한 보도태도가 예전에 비해 성숙해졌다는데 이론이 없을 듯하다. 동해 잠수함 사건 등 비슷한 사건보도 때에 비하면 진일보한 것임에 틀림없다.



특히 94년 봄 '남한 불바다 발언사건' 때 보여준 것 같은 '호들갑'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 대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팩트 추적에 나름대로 애썼다고 평가하고자 한다. 아마도 최근 발생한 유사한 사건에서 적잖은 교훈을 얻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또 주요 취재원인 군 당국과 언론의 신뢰관계가 깊어졌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군의 활약상을 긍정적으로 보도해 군 사기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취재·보도과정을 지켜보면서,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점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전쟁상황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교전상태에 대한 보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 언론들은 이번에도 '냄비근성'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사건발생 첫날 신문들은 10개면 이상의 지면을 할애하며 시시콜콜한 대목까지 샅샅이 보도했다. TV 3사는 하루종일 중계방송하듯 생방송을 내보냈다. 불과 5년 전 남한 불바다 발언 때 라면 등 식료품 사재기에 나섰던 국민들 입장에선 '과잉보도'가 아닐 수 없다. 자연히 사건당일 정부 여당이 밝힌 특검제 수용의사는 헌정사상 초유의 '역사적 사건' 임에도 불구하고 한 귀퉁이로 밀려나야 했다. 더욱이 언론보도는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남쪽의 무기체계에서 함참 작전회의장 모습에 이르기까지 필요 이상의 보도를 하면서도 정작 이번 사건의 본질과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뤘다. 나무를 보느라 숲을 놓친 형국이 된 셈이다.



다음으로 냉전의식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머리를 들었다는 사실이다. 일부 보수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햇볕론을 공격하며 대북 강경분위기를 부추기는 기사를 내보냈다. "한쪽에선 전쟁을 하는데 금강산 관광이 웬말이냐"는 식이다.



미 항공모함 한반도 배치 등 확인되거나 결정되기 전에 사전에 보도함으로써 위기 상황을 증폭시킨 경우도 자주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 보수언론들의 논조가 오히려 최근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논리적 모순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들 언론 주장대로 최근상황이전쟁분위기 조성단계에 이른 것이라면, 이 때야말로 군사적으로는 강경입장을 취하면서 정치외교적으론 경협이나 대화 등을 통해 '전쟁임박 단계'까지 진전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언론보다 차분히 대응했던 것은 어느 정도 햇볕정책의 성과라고 볼 수도 있다.



우리는 언론들이 과거의 냉전적 행태에서 벗어나, 좀도 거시적이고 유연한 보도를 해주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끝으로 이같은 사건보도의 경우, 국민의 알권리와 국익의 충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의 사례는 타산지석이 될 듯하다. 미국은 아이티 침공 직전 데니스 박스 국방부 공보담당차관보 등이 워싱턴과 뉴욕의 주요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 일정을 포함한 침공 및 작전개요를 설명했다. 공군기지에서의 출격, 항공기 이륙, 공정부대 출동시간 등을 미리 보도한다면 아이티가 미리 대비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언론사 간부들은 주저없이 동의했다. 그러나 기사검열과 취재기자단 관리는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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