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지역MBC가 지난해 잇따라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특별상여금 체불과 안식년 도입, 연차수당 반납 등 구성원들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희망퇴직을 가장한 명퇴를 압박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인력 부족과 프로그램 질 하락 등 지역MBC의 경쟁력 문제도 제기된다.
17개 지역MBC 중 절반가량이 지난해 명예퇴직을 진행했다. 적게는 1~2명에서 많게는 10~20명까지다. 대구는 18명, 충주는 10명, 청주는 9명, 원주는 7명, 안동은 2명 등이었다. 대체로 기술직이 많으며 영상CA나 PD, 카메라기자, 경영직 등이다.
하지만 사측의 입김이 작용하며 잡음이 일었다. 명분은 희망퇴직이지만 면담에서 퇴직을 종용하면서 사실상 ‘강퇴’라는 비판이 따랐다. 청주에서는 면담 후 명퇴를 거부한 한 기자를 업무와 무관한 편성국 MD로 발령 냈고 뒤이어 대기발령도 냈다. 대구와 여수 등에서도 대상자 중 일부를 대기발령 냈다가 노조의 반발로 철회했다. 안동도 구성원의 3분의1이 넘는 25여명의 명퇴를 결정했다가 내부 반발로 무산됐다. 지역의 한 기자는 “최소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추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가 없는 밀어붙이기식 강압”이라고 지적했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업무가 가중되고 프로그램 질이 떨어지는 사례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인력 부족으로 지역 고유의 프로그램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이 축소되는 경우다. 기자들은 하루에 6~7꼭지씩 뉴스를 제작하고 보도국 밖 사업부로 옮기는 일도 있다. 기술직은 명퇴 후 계약직으로 재고용되는데 그로 인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문제도 있다. 다른 기자는 “업무 피로도가 갈수록 높아져 제작물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며 “열악한 방송 제작 환경으로 젊은 인력이 이탈하고 신입채용도 거의 없어 부담은 더 크다”고 말했다.
명퇴로 조직의 부피는 줄이고 프로그램은 광역화하면서 올해 지역사 통합 문제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방창호 수석부본부장은 “방송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지역MBC 구성원들은 열정은 있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 처지에 놓여있다”며 “지역방송이 갖는 고유한 책무를 지키기 위해 경영논리만이 아닌 방송의 기본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 경영진은 노사와 대화해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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