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SBS가 20일 열린 ‘제2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에 책임을 묻는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위원장 채수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감사위원을 재선임했다. 감사위원회는 SBS가 지난 2008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도입된 제도로 회사의 업무와 회계를 감시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13층에서 진행된 주주총회는 출입기자들의 참관을 통제한 채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채수현 위원장과 사원주주의 위임을 받은 조춘동 SBS A&T 위원장 등 노조 관계자 6명을 포함한 주주 78명이 참석했다.
노조는 SBS 지분 35%를 소유한 SBS미디어홀딩스가 SBS에서 창출된 이익을 계열사로 옮기는 ‘터널링’을 통해 대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 감사위원들을 해임하고 노조가 추천하는 김학웅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임기가 만료된 김희천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내용의 원안을 별다른 논의 없이 그대로 통과시켰다.
현재 감사위원회는 사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3인으로만 구성된다. 지난 2007년과 2008년 노사는 특별합의서에 서명하고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에 선임하기로 합의했으나 사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주주총회에 앞서 노조는 오전 8시부터 사옥 1층 로비에서 피켓을 들고 SBS의 적자와 미디어홀딩스 계열사의 흑자를 비교하며 ‘사상 초유 쌍둥이 적자, 경영진은 책임져라’ ‘마른 SBS 수건 쥐어짜 지주 홀딩스 회사 물주기’라고 비판했다.
2014년 SBS는 영업이익 -129억원, 당기순이익 -34억원을 기록했다. 경영진은 세월호 참사 여파와 광고시장 악화를 원인으로 꼽았지만 노조의 해석은 다르다. 노조는 이날 발행한 특보를 통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SBS는 적자에 허덕이고 유통과 재방송, 계약 대행회사는 엄청난 수익을 챙겨간다”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SBS가 재산을 헐값에 이들 3개 회사(미디어홀딩스 계열사인 SBS콘텐츠허브, 플러스, 인터내셔널 등)로 넘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SBS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는 SBS콘텐츠허브는 지난해 영업이익 134억원, 당기순이익 88억원을 기록했고 SBS 콘텐츠를 유료방송 매체에서 재방송하는 SBS플러스는 영업이익 115억원, 당기순이익 105억원의 성과를 냈다. 해외 비디오 판매와 올림픽, 월드컵 축구 중계 등 빅 이벤트 계약시 3%의 수수료를 받는 SBS인터내셔널도 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에 대해 노조는 성명에서 “사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3인으로만 구성한 감사위원회는 회사가 미디어홀딩스 종속회사로 콘텐츠를 헐값에 넘기는 등 경영을 적자 상태로 몰아넣었는데도 전혀 인식하지 못했거나 알고도 매번 그냥 넘겨버렸다”고 꼬집었다.
채수현 위원장은 주총에서 발언권을 갖고 “감사위원회는 매년 홀딩스가 25억원의 경영 자문료를 받아가면서 3개회사에 이익을 몰아줘 SBS를 이익 공동화 상태에 빠뜨렸지만 아무 말이 없다”며 “현 감사위원들의 해임을 결의하고 노조가 추천하는 김학웅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에 선임하는 것에 동의해달라”고 밝혔다.
또한 채 위원장은 “그동안 노조는 콘텐츠 요율(유통이익률)을 높이거나 판권을 회수하라고 끊임없이 경영진에게 요구했다. 그때마다 경영진은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였다”면서 “그런데 작년에 회사는 영업손실이 -300억원 가까이 예상되자 콘텐츠허브와 미디어넷 등과 맺은 계약을 파기하고 약 100억원의 유통수익을 추가로 받아냈다. 이마저 하지 않았다면 SBS의 당기순이익은 -134억원이 됐을 것이다. SBS 경영진과 감사위원들이 오래 전부터 제대로 역할을 했더라면 SBS는 적어도 2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올리고 주주들에게 배당도 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이웅모 사장은 “지난해에는 방송 환경의 악화로 지상파방송사들이 모두 적자가 났다”면서 “계열사들과의 거래 요율 문제에 대해서는 저희도 심각하게 생각한다. SBS가 잘 돼야 계열사도 동반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해 요율을 변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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