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노동조합이 배석규 사장에게 지난 6년간의 경영 성적표에 대한 책임을 묻고 나섰다. 배 사장의 임기는 20일까지이며, YTN은 20일 오전 주주총회를 열고 차기 사장으로 내정한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 선임안을 의결한다.
YTN노조는 19일 성명을 내고 배 사장이 2009년 10월 취임한 후 경영과 보도, 인사에서 수많은 문제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경영은 불안정해졌고 줄세우기 인사와 불공정 보도 논란으로 회사 경쟁력은 추락했다. YTN노조는 “지금의 심각한 적자 구조는 방만, 무능 경영이 누적된 결과”라며 “다시는 비정상적인 경영이 반복되지 않도록 YTN을 재건하는데 밑거름으로 삼아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배 사장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김백 상무도 잔여임기를 고집하지 말고 YTN의 위기 극복을 위해 즉각 물러나야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사회는 조준희 전 은행장을 내정하면서 ‘악화된 YTN 경영의 회복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YTN의 상황은 ‘언론 경험이 전무한 금융전문가’를 긴급히 투입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뜻”이라며 “이사회가 경영악화 극복을 위해 사장을 전문기업인으로 교체하기로 해놓고 경영 악화에 배석규 사장 못지않게 책임이 있는 상무를 교체하지 않는 것은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책임은 다하지 못하면서 혜택에는 기민했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취임 첫 달부터 배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액은 한 달에 1500~2000만원 정도로 전임 사장들에 비해 4~5배가 높았다고 밝혔다. 노조는 “당시 문제를 제기하자 사장의 법인카드 내역은 사장 본인의 결재가 있어야만 감사가 가능하도록 사규까지 멋대로 고쳐버렸다”며 “백화점 상품권과 각종 선물비용의 지출도 엄청나게 증가했다. ‘접대비’는 취임 1년 만에 10억원에서 16억원으로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회사 매출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2년에는 ‘황제골프’ 논란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폭우사태가 빚어졌던 7월 YTN이 실시간 보도를 하는 상황에서 배 사장이 평일에 골프장에서 광고대행사 사장과 접대골프를 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배 사장은 명예훼손으로 해당 언론사를 고소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경영과 관련된 주요 사안에는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YTN의 2대주주였던 KT&G의 지분 처리 문제(외국인 지분 50%를 넘은 외국법인은 보도채널 지분 10% 이상을 소유할 수 없다)와 남대문 사옥 매각 등 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주요 주주의 외국인 지분이 초과되는 상황에 제때 대처하지 못해 불안감과 위기감이 팽배해질 때도 있었다”며 “남대문 사옥은 판매 결정 단계부터 갈팡질팡하면서 결국 제 때 매각하지 못해 수개월 동안 막대한 금융비용만 이중으로 지출하는 무능력의 극치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2011년 출범한 YTN웨더에 대해서도 “시청률이나 수익구조면에서 사내에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배 사장이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해 출범을 밀어붙인 것이 경영에 짐이 됐다”면서 “회사를 떠나기 3일 전 배 사장이 기구개편으로 웨더채널에 인재개발TF를 신설한 것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마지막 오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임금피크제 등 제도의 비정상적인 운영 문제도 제기했다. 당초 인건비 절감과 업무 노력 고취의 취지로 보직을 맡지 못한 간부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이를 회피하고자 보직 수를 늘리면서 비용만 확대됐다. 노조는 “64개였던 보직은 1년여 만에 79개로 늘어났고 부하 직원 없이 팀장 한 명만 있는 기형 조직까지 생겨 보직 간부에게 지급되는 업무추진비만 증가했다”며 “정상적인 회사라면 사측이 임금피크제를 강화하려고 하고 노조가 약화나 폐지를 주장할 텐데 거꾸로 사측이 노조의 만류를 뿌리치고 임금피크제 약화를 강행했다. 효율적인 경영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노조 집행부에 대한 무리한 징계를 강행하면서 회사 자원을 낭비한 점도 지적했다. 2012년 사측은 파업을 주도했다며 당시 김종욱 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 3명에게 정직을 징계했다. 대법원은 지난 2월 파업은 정당했고 정직은 무효라며 상고를 기각했다. 노조는 “파업이 정당했다는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형 로펌에게 거액의 소송비용을 내주며 대법원까지 끌고 갔지만 사측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만 확인됐을 뿐”이라며 “부당 징계로 인해 아까운 회사 돈만 낭비됐고 조직의 상처와 갈등은 더욱 깊어만 갔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몇 년간 YTN 내에세 벌어진 모든 부당 징계는 인사위원장을 맡은 김백 상무가 주도했다”며 “그에 따른 유ㆍ무형의 손실은 계산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6년여간 불공정 보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3년 6월에는 YTN이 단독보도한 ‘국정원 SNS 박원순 비하 글 등 2만건 포착’ 리포트가 돌연 방송이 중단되면서 국정원 개입 및 보도국 회의 내용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YTN기자협회는 이홍렬 보도국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하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사측은 사규를 위반했다며 YTN기자협회장을 징계했다. 노조는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등 외부에서는 특종으로 당당히 인정받으며 경쟁력을 높인 보도물을 정작 내부에서는 쓰레기 취급하며 방송을 중단시키고 징계의 칼날까지 휘둘렀다”며 “YTN의 경쟁력과 영향력을 과시할 특종 보도를 사측 스스로 훼손하고 가로막은 사례는 한 두 번이 아님을 구성원 모두가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사를 못 쓰게 하는 데스크에게 항의한 기자는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자신의 부인이 운영하는 사업을 홍보하는 기사를 사적으로 내보낸 간부는 경고에 그친 사례도 있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당시 특정 후보를 부각시킨 영상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의 중징계를 받았지만 회사는 이 역시 경고에 그쳤다. 노조는 “돌발영상이 사라진 것은 스스로 경쟁력을 약화시킨 대표적 사례”라며 “특종이 번번이 가로막히고 보도에 힘이 약해지면서 YTN이 ‘종편 따라하기’에만 급급하다는 자조와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람’이 재산인 언론사에서 인사 문제로 경쟁력을 떨어뜨린 점도 지적했다. 노조는 “능력이나 업무성과와는 별개로 조금이라도 옳은 소리를 하는 사람은 노조 성향으로 덧씌워 불이익을 받고, 노조에 적대적이거나 경영진에 순종하는 사람들은 주요 보직을 꿰차고 초고속 승진을 하는 분위기가 굳어졌다”며 “같은 입사 동기끼리도 노조와 거리를 둔 사람과 노조 활동에 적극적인 사람 간에 4~5년간 승진 격차가 벌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김백 상무가 보도국장이었던 2009년에는 지역 취재 인력을 강화한다면서 당시 5~7년차 젊은 기자 5명을 갑자기 지국으로 발령 내 ‘보복’ 인사 논란이 일었다. 법원은 같은 해 전보발령 무효를 판결했다. 또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기자는 주요 취재부서장으로 발탁하고, 검찰총장에게 회사의 고액 공연 티켓을 제공하며 개인 소송 민원을 청탁한 전 경영기획실장은 본부장을 거쳐 자회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YTN을 사찰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에게 법률 조언을 해줬다고 공언한 법무팀장은 입사 3년 반 만에 부국장 대우로 승진했다.
노조는 “배석규 사장과 김백 상무 체제 하에서 가장 크게 망가진 것이 바로 ‘인사’”라면서 “능력이나 성과와 무관한 보복, 편가르기, 줄세우기 인사가 만연하면서 조직 분위기는 냉소와 갈등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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