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취임 2주년 평가 실종된 MBC뉴스데스크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보고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취임 2주년을 맞았지만 MBC에는 대통령의 2년 정책에 대한 평가가 없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는 13일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를 내고 박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각오를 다룬 리포트만 있었을 뿐 정치ㆍ경제 등 각 분야에 대한 평가는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MBC뉴스데스크는 지난달 25일 ‘취임 2주년 새로운 각오 다져’라는 리포트에서 “박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 조회에서 ‘새로운 각오로 경제혁신과 통일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강 확립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지난 2년간 경제 재도약의 틀을 만들었고 중국 등 5개국 FTA 체결에 따른 경제 영토 확장 등을 성과로 설명했다”며 “서민 체감 경기, 청년 일자리 문제, 가계부채, 안전관리 사각지대 등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MBC뉴스데스크 캡쳐.

 

하지만 뉴스데스크는 청와대의 입을 빌려 전했을 뿐, 별도의 정책 평가를 하지 않았다. 같은날 KBS ‘뉴스9’와 SBS ‘8뉴스’도 같은 내용의 리포트를 전했지만 2년간의 정책을 평가한 별도의 뉴스도 보도했다.

 

SBS는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잇단 인사 실패와 국정원 대선개입, 세월호 참사, 비선 개입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지지도가 ‘반토막’이 났다는 일련의 내용을 담은 영상을 내보냈다. 또 ‘폐쇄적 인사와 불통이 개혁 발목’, ‘아직도 갈 길 먼 경제활성화’ 리포트로 비판했다.

 

KBS는 ‘경제 성적표와 과제는?’, ‘외교 순항…남북 관계 제자리걸음’ 등의 리포트로 “FTA 체결 등으로 경제영토는 넓어지고 고용률도 높아졌지만 동시에 실업률도 높아지고 가계 빚은 1000조원을 넘어 서민들의 부담이 더 커졌다”는 등의 평가를 전했다.

 

▲MBC뉴스데스크와 달리 SBS '8뉴스'(왼쪽)와 KBS '뉴스9'은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인사 불통 문제와 경제 정책 등을 평가한 별도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민실위 보고서는 “조선, 동아일보 등의 조간지들도 취임 2주년을 맞은 특집 기사를 통해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외교 안보 분야에서 좋은 평가는 받았지만 인사ㆍ소통 논란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했다”며 “하지만 MBC뉴스데스크에는 이런 ‘언론사의 평가’를 다룬 내용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MBC만 결이 다른 뉴스도 지적했다. 설 연휴인 지난달 19일 KBS와 SBS는 메인뉴스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모습을 조명했다. SBS는 ‘춥고 서럽지만…함께 하는 설날’, KBS는 ‘하염없는 눈물만…유가족 쓸쓸한 설’이란 제목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합동 차례상을 차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내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반면 MBC뉴스데스크에 이 같은 보도가 없었다.

 

통계청이 ‘2014년 가계 동향’을 발표한 지난달 13일에는 같은 자료로 타사들과는 다른 내용의 기사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MBC뉴스데스크는 지난달 13일 ‘완만한 회복세…쓸 돈은 썼다’ 리포트에서 “소득과 소비 모두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며 “무엇보다도 소비가 늘어났다는 점이 주목을 끄는데, 해외여행과 레저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고 앵커멘트로 밝혔다. 반면 조선, 중앙, 동아일보, SBS 등 대부분의 매체가 소득이 찔끔 늘긴 했지만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고, 하위 20%의 소비는 7~8%포인트나 감소하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했다. 

 

▲지난달 13일 MBC뉴스데스크 캡쳐.

 

민실위 보고서는 “가계 동향에서 소득과 지출이 증가하면서 지표상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낸 건 사실이지만 ‘평균 소비성향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소비심리가 더 얼어붙어 경기 회복과는 거리가 멀어졌고, 세금 부담까지 늘어 소비 여력은 더 떨어졌다’는 타사 기사와는 대조적이었다”고 밝혔다.

 

민실위 보고서는 “남들이 다 하는데 MBC만 다루지 않은 이슈, 사회적 논란에 대한 당사자 반응은 보도하면서 정작 논란이 뭔지, 왜 생겼는지 설명해주지 않은 불친절한 뉴스 사례, ‘기사 작법의 ABC’에 관한 문제 등을 건조하게 비교하고 정리하고자 했다”면서 “민실위보고서는 특정인의 생각이나 글을 표현하거나 정리한 개인 게시물이 아니다. 정기적인 민실위 회의와 민실위원들의 뉴스 모니터링, 조합원과 비조합원 보도국 기자들의 의견까지 취합해 작성하는 ‘공동 보고서’로 건강한 논의의 소재가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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